국민연금 수익률 (글로벌 성과, 국내주식, 연금 고갈)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8,000을 돌파한 2025년, 국민연금의 연간 수익률이 18%대를 기록하며 일본 GPIF와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모두 앞질렀습니다. 솔직히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저도 적잖이 놀랐습니다. 전주 이전 이후 한동안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말이 많았는데, 막상 결과는 정반대였으니까요.
전주 이전 논란을 뒤집은 글로벌 성과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가 전북 전주로 이전한 것은 2017년의 일입니다. 당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핵심 운용역 이탈과 서울 금융시장과의 단절을 근거로 운용 경쟁력 약화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상당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우려는 꽤 타당하게 들렸습니다. 기관투자자의 정보 접근성과 네트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시장 참여자라면 누구나 피부로 느끼는 부분이니까요.
그런데 실제 성과는 그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2022년에는 글로벌 주식·채권의 동반 하락으로 8.22% 손실을 냈지만, 이후 2023년 13.59%, 2024년 15%, 2025년 18%대로 빠르게 반등했습니다. 올해 2026년 누적 수익률은 이달 중순 기준 이미 20%대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비교 대상인 일본 공적연금 GPIF의 지난해 수익률은 12.29%, 노르웨이 국부펀드 GPFG는 15.11%였습니다. 세계 3대 연기금으로 나란히 거론되는 기관들 사이에서 국민연금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셈입니다(출처: 국민연금공단).
이 성과의 배경에는 SAA(전략적 자산배분) 체계가 있습니다. SAA란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자산군별로 목표 비중과 허용 범위를 미리 설정하고 그 안에서 위험을 관리하는 중장기 운용 전략을 말합니다. 단기 시장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자산군 간 균형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대형 기관투자자에게 적합한 방식입니다.
국내주식이 수익률을 이끈 핵심 동력

일반적으로 대형 연기금의 성과는 해외 분산투자 덕분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국민연금의 수익률 급등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제가 수치를 직접 확인해보니 국내주식 수익률이 약 9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자산군 하나가 전체 포트폴리오 성과를 견인한 구조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반도체 업종 중심의 코스피 급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코스피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8,000선을 돌파하며 새로운 기록을 썼고, 이 흐름이 국민연금 보유 포트폴리오 전체에 직접적인 수익으로 연결됐습니다. 이처럼 특정 자산군이 전체 수익률을 압도적으로 주도하는 현상을 알파(Alpha) 집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알파란 시장 평균을 초과하는 초과 수익을 의미하는데, 이번 경우에는 국내주식에서 발생한 알파가 전체 포트폴리오 성과를 크게 끌어올린 것입니다.
이 지점이 제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수익의 주된 원천이 국내주식이었다면, 그 비중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단순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아니라 전체 수익률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됩니다.
목표 비중 확대인가, 사실상 축소인가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높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확대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 보유 비중은 이미 24.5%까지 올라가 있습니다. 즉, 20.8%라는 새 목표치는 현실 비중보다 낮다는 뜻입니다.
이 결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저는 이것이 사실상 비중 축소 방향의 결정이라고 봅니다. 리밸런싱이란 포트폴리오의 실제 비중이 목표치에서 벗어났을 때 이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작업을 말합니다. 현재 실제 비중이 24.5%이고 목표가 20.8%라면, 리밸런싱 과정에서 국내주식을 매도하는 압력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성과가 우수한 자산의 비중을 줄이면 수익 기회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따라옵니다. 저도 이 시각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편입니다. 다만 반론도 분명히 있습니다. 특정 자산에 비중이 과도하게 쏠리면 하락 시 손실 폭도 그만큼 커지고, 수백조 원 규모의 기금이 특정 자산군에 집중될 경우 시장 왜곡 우려도 생깁니다. 어느 쪽 논리가 더 타당한지는 결국 향후 코스피 흐름이 판가름해줄 것입니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에서 주목할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목표 비중 20.8%는 현재 실제 보유 비중 24.5%보다 낮아 리밸런싱 시 매도 압력으로 작용
- SAA 허용 범위를 한시적으로 확대해 단기 충격 완화 장치를 병행
- 하루 최대 리밸런싱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규칙을 개선해 시장 충격을 분산
수익률과 연금 고갈 시점의 연결고리
이 논의가 단순한 투자 전략 문제에 그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수익률이 연금 고갈 시점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연평균 수익률 4.5%를 전제로 추산한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2057년입니다. 그런데 국회예산정책처는 수익률을 연평균 6.5%까지 끌어올리면 고갈 시점을 2090년으로 무려 33년 늦출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출처: 국회예산정책처).
이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수익률 2%포인트 차이가 고갈 시점을 수십 년 단위로 바꿉니다. 최근 국민연금이 18~20%대 수익률을 기록하는 시기에, 핵심 성과 자산인 국내주식의 비중을 제도적으로 억누르는 것이 장기적으로 최선인지는 솔직히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수익률이 높을 때일수록 그 기반이 된 자산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장기 성과의 방향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기대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현 구간이 단기 과열인지 구조적 변화의 시작인지는 이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결정이 단순히 기금 내부 문제가 아니라 국내 증시 전체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만큼은 분명합니다.
지금 국민연금의 성과를 보면서 "잘 하고 있다"는 평가와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동시에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앞으로도 자산배분 방향 변화가 있을 때마다 수익률 추이와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올해 말 SAA 허용 범위 재점검 결과가 나오는 시점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전문가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52851281,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758246?sec=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