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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어묵 중국 진출 (K푸드 확장, 밸류에이션, 리스크)

young10862 2026. 5. 16. 13:27

삼진어묵 매장 콘셉트 이미지

솔직히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도 "어묵이 중국에서 먹힐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부산 영도에서 시작한 70년 넘은 어묵 회사가 중국 후난성 창사시에 1호점을 낸다는 건, 라면이나 만두의 글로벌화와는 결이 좀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숫자를 들여다보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삼진식품의 매출은 2021년 787억 원에서 지난해 1,095억 원으로 올라섰고, 처음으로 1,000억 원 고지를 넘겼습니다.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게 아니라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K푸드 확장의 흐름 속에서 어묵이 가진 위치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 침투한 경로를 되돌아보면 꽤 일관된 패턴이 있습니다. 라면이 먼저 필수 소비재로 자리를 잡고, 만두가 간편식 카테고리를 열었고, 김이 건강 간식으로 MZ세대에게 어필했습니다. 그 다음 물결이 떡볶이와 김밥 같은 분식 문화인데, 저는 어묵이 이 흐름에서 아직 카테고리 자체가 열리지 않은 지점에 있다고 봅니다. 경쟁이 거의 없는 초기 침투 단계라는 얘기입니다.

삼진어묵이 중국 2030 소비층에게 어묵을 '고단백 수산 간식'으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이 저는 꽤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포지셔닝(Positioning)이란 소비자의 머릿속에 특정 이미지를 심는 마케팅 전략을 뜻합니다. 단순히 "한국 분식"이라고 내세우는 것보다, 고단백이라는 기능적 가치를 앞세우는 쪽이 중국 젊은 소비층의 건강 트렌드와 맞닿아 있거든요. 실제로 중국 MZ세대 사이에서 고단백·저칼로리 간식 수요는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물론 이 전략이 성공할 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묵이 중국에서 공차처럼 프랜차이즈화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비교가 조금 낙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차는 음료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이미 글로벌하게 익숙한 소비 형태였지만, 어묵은 생소한 식감과 냄새라는 장벽을 먼저 넘어야 합니다. 현지화 전략이 얼마나 정교하게 짜이느냐가 관건일 겁니다.

그럼에도 삼진어묵이 단순 수출이 아니라 직영 매장 모델로 가는 점은 제가 긍정적으로 보는 부분입니다. 직영 매장은 프랜차이즈 대비 초기 CAPEX(자본적 지출)가 크지만, 브랜드 경험을 직접 통제할 수 있고 마진 구조도 유리합니다. 여기서 CAPEX란 건물, 설비, 매장 인테리어처럼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자산에 투자하는 비용을 뜻합니다. 스타벅스가 초기에 직영 매장을 고집하며 브랜드 가치를 쌓았던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물론 스타벅스와 삼진어묵은 스케일이 전혀 다르지만, 구조적 유사성은 있습니다.


밸류에이션과 투자 관점에서의 리스크

제가 이 종목을 들여다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이 회사를 어떤 기업으로 볼 것이냐"는 문제였습니다. 전통 식품 제조사로 보느냐, 아니면 체험형 F&B 리테일 플랫폼으로 보느냐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PER(주가수익비율) 범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PER이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시장이 이 기업에 얼마의 프리미엄을 붙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전통 식품 기업이라면 PER 10~15배 수준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삼진어묵이 "경험을 파는 브랜드"로 자리잡는다면 20~30배 이상의 멀티플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가 만두라는 로컬 음식을 글로벌 카테고리로 키운 사례를 생각하면, 어묵도 그 길을 걸을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런 '잠재적 리레이팅' 스토리는 실제 실적이 뒷받침되기 전까지는 시장에서 잘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서 리레이팅(Re-rating)이란 시장이 특정 기업의 가치를 재평가해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삼진식품은 지난해 말 코스닥에 상장해 성장 재원을 확보했습니다. 5년 내 해외 매출 비중을 현재 한 자릿수에서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공표한 상태입니다. 저는 이 목표 자체가 무리하다기보다는, 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중간 점검 지표가 무엇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투자 관점에서 체크해볼 핵심 리스크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중국 현지 규제와 식품 위생 심사 이슈: 외국계 식품 브랜드의 중국 진출은 허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 매장 확장에 따른 고정비 부담: 직영 매장 모델은 마진이 좋은 대신,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고정비가 수익성을 빠르게 갉아먹습니다.
  • 어묵의 반복 소비 한계: 라면과 달리 어묵은 일상적인 반복 구매보다 경험 소비에 가까워, 충성 고객을 만드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 브랜드 인지도 부재: 중국 소비자에게 삼진어묵은 아직 낯선 이름입니다. 초기 마케팅 비용이 상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국내 식품 기업들의 해외 진출 성과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브랜드 인지도 확보까지 평균 3~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출처: 한국무역협회). 삼진어묵이 내세우는 5년 목표가 현실적인 수치인지, 아니면 상장 직후의 공격적 가이던스인지는 앞으로 1~2년의 실적이 방향을 잡아줄 겁니다.

정리하면, 삼진어묵의 중국 진출은 단순한 수출 확대 뉴스가 아니라 이 회사가 어떤 기업으로 진화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첫 번째 시험대입니다. 저는 어묵이 글로벌 카테고리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가능성과 투자 타이밍은 다른 문제입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중국 1호점의 초기 반응과 매장당 매출 지표를 지켜보며 판단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5147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