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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방한 (AI 팩토리, 피지컬 AI, 투자전략)

young10862 2026. 6. 10. 09:36

젠슨 황 방한 결과 관련 이미지

솔직히 말하면, 저는 처음에 이번 방한을 그냥 7개월 전 방한의 '시즌 2' 정도로 가볍게 봤습니다. 삼겹살 먹고 야구장 시구하고, 잘 다녀가셨습니다 정도로 끝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일정을 하나씩 뜯어보니 이건 단순한 방문이 아니었습니다. 4박 5일 동안 9개 이상의 기업 경영진을 직접 만나고, 수조 원 규모의 협력 계약을 줄줄이 체결한 완전히 다른 성격의 방문이었습니다.


7개월 만에 다시 온 이유가 달랐다

지난 2025년 10월 방한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라는 외교 행사가 주된 배경이었습니다. 한국 방문 자체가 15년 만이었다는 상징성도 컸고, 이재용 삼성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치킨집에서 만난 이른바 '깐부 회동'이 화제가 됐지만, 솔직히 그 자리는 분위기를 탄 이벤트에 가까웠습니다.

이번 2026년 6월 방한은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국제 행사도 없고, 의전도 없습니다. 대만 GTC 행사를 마치고 곧바로 한국으로 날아와 SK하이닉스, 네이버, SK텔레콤, 현대차, LG, 두산, 삼성전자, 그리고 국내 AI·로봇 스타트업 경영진까지 쉴 새 없이 만났습니다. 일정 자체가 이미 메시지였습니다.

제가 이 두 방문을 비교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지난 방한이 "한국, 잘 부탁합니다"라는 인사였다면 이번 방한은 "이제 본격적으로 일 시작합시다"에 가깝다는 겁니다. 협력의 깊이와 범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AI 팩토리가 뭔지 알고 나면 판이 다르게 보인다

이번 방한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AI 팩토리입니다. 여기서 AI 팩토리란 단순한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GPU 클러스터를 대규모로 집적해 AI 모델 학습과 추론을 산업적 규모로 처리하는 전용 인프라를 의미합니다. 엔비디아가 제시하는 차세대 AI 인프라의 핵심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네이버는 이번 협력을 통해 기가와트(GW)급 초대형 AI 팩토리를 공동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내년 상반기 55MW를 시작으로 2028년 200MW, 이후 GW급까지 확장하는 구상입니다. 이건 광고와 커머스 중심의 플랫폼 기업이라는 기존 네이버 이미지를 완전히 뒤엎는 선언이라고 저는 봤습니다.

SK텔레콤은 DSX 플랫폼 기반의 풀스택 AI 클라우드 협력을 추진합니다. 여기서 풀스택(Full-Stack)이란 하드웨어 인프라부터 소프트웨어 플랫폼, 실제 서비스 응용까지 전 계층을 통합해 제공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부품 하나만 공급하는 게 아니라 구조 전체를 함께 설계한다는 의미입니다.

SK하이닉스는 AI 팩토리용 차세대 메모리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고, 젠슨 황은 SK하이닉스를 "엔비디아의 최대 메모리 파트너"라고 공개적으로 치켜세웠습니다. 에이전트 AI 확산으로 추론 서버에 필요한 D램 용량이 구조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파트너십은 단기 계약이 아니라 장기 수요 잠금(Lock-in) 구조에 가깝습니다(출처: 한국경제).


피지컬 AI는 기대되지만, 지금 당장 수익은 아니다

피지컬 AI는 이번 방한의 또 다른 축이었습니다. 여기서 피지컬 AI(Physical AI)란 디지털 공간에만 머물던 AI 기술을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장 같은 현실 세계의 물리적 시스템에 이식하는 개념을 말합니다.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몸을 가진 AI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와의 로봇 양산을 기반으로 로보틱스, 자율주행, 스마트 제조 영역에서 엔비디아와 협력 범위를 넓혔습니다. LG그룹은 로봇 개발 전 과정과 모빌리티 분야, 두산은 전력 공급과 발전 설비 역량을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 플랫폼과 연결하는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피지컬 AI 관련 발표는 흥분하면서 읽다 보면 수익 실현 시점을 착각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로봇과 자율주행은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수익 모델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초기 단계입니다. 협력 발표가 주가에 선반영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 피지컬 AI 기업에 투자한다면 "미래 성장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도 이번 방한 이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현대차 등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면서 "AI 사이클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닙니다.


환대는 우리가 하고, 선택권은 젠슨 황이 쥔 구도

이번 방한을 정리하면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됐던 문장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장이 공개적으로 남긴 말인데, "환대는 우리가 하고 선택권은 젠슨 황이 쥔 구도가 여전하다"는 지적입니다. 저도 이 말에 많이 동의합니다.

현재 AI 산업의 수익 구조를 투자 관점에서 핵심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GPU·AI 칩 설계: 엔비디아가 시장 지배력을 보유하며 압도적인 수익성을 가져갑니다.
  • HBM 등 AI 메모리: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핵심 공급자로 수혜를 입고 있습니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이란 GPU 옆에 수직으로 적층해 초고속 데이터 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고대역폭 메모리입니다.
  • AI 인프라·클라우드: 네이버, 통신사 등이 초기 투자 부담을 지며 사업자로 진입하는 단계입니다.
  • 피지컬 AI 응용: 현대차, 로봇 기업 등이 잠재력은 크지만 수익 실현까지 시간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이 구조에서 분명한 건, 한국 기업들이 AI 생태계의 중요한 참여자가 된 것은 맞지만 아직 산업의 룰을 정하는 위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AI 팩토리와 피지컬 AI의 핵심 연산 자원, 소프트웨어 플랫폼, 인프라 설계권은 여전히 엔비디아에 집중돼 있습니다.

반도체 투자는 여전히 구조적으로 유효하다고 봅니다. 추론형 AI가 확산될수록 D램 사용량이 늘어나는 건 기술적 필연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반도체는 경기 민감도가 높은 사이클 산업이고, 특정 고객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가격 협상력은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젠슨 황이 출국하면서 "삼겹살과 치킨 친구들도 휴식이 필요하다"며 웃었다고 합니다. 그 유머 뒤에 한국 AI 생태계가 단순한 부품 공급처를 넘어 진짜 주도자로 올라설 수 있는지, 그게 진짜 숙제라는 걸 이번 방한을 보면서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투자 관점에서도 "산업이 성장한다"와 "내가 초과 수익을 가져간다"는 별개의 질문이라는 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6095683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