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EU 무역갈등 (전기차 관세, 희토류, FSR)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관영매체를 통해 "반격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내보내는 방식은, 제가 이 사안을 처음 접했을 때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라는 인상을 강하게 줬습니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의 브뤼셀 방문을 며칠 앞두고 나온 이 메시지, 과연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협상 전부터 시작된 프레임 싸움, 전기차 관세가 도화선

이번 갈등의 가장 뜨거운 쟁점은 역시 전기차입니다. EU는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BEV)에 기존 관세 10%에 더해 최대 35.3%의 상계관세(countervailing duty)를 추가로 부과하고 있습니다. 상계관세란 수출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불공정한 보조금을 지원할 경우, 수입국이 그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추가로 매기는 관세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보조금 받은 만큼 관세로 돌려받겠다"는 구조입니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은 실제로 상당합니다. 유럽 동급 모델 대비 20~30% 저렴한 경우가 많고, 글로벌 전기차 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습니다. EU 내 점유율은 아직 한 자릿수대지만 증가세가 가파릅니다. 제 경험상, 이 정도 속도라면 유럽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그냥 지켜볼 수 없는 수준입니다.
중국은 이번 협의에서 전기차 가격 약정 문제가 별 진전 없이 끝났다고 주장했습니다. 가격 약정이란 수출국 기업이 일정 최저 가격 이하로는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형태의 타협안인데,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중국이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부터 관영매체를 동원해 EU를 압박하는 이유도 결국 이 협상의 주도권을 먼저 쥐겠다는 계산으로 보입니다.
보이지 않는 무기, 희토류 공급망

희토류 문제는 제가 이 사안에서 가장 주목하는 부분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풍력발전기, 방산 장비에 이르기까지 희토류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 산업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정제·가공의 약 85~90%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협상 카드의 실체입니다.
EU가 중국에 희토류 수입 우려 해소를 요구했지만, 정작 중국 측 수입 제한 조치 문제에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에 다시 확인됐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이번 갈등의 핵심 비대칭 구조라고 봅니다. 중국은 공급을 조금만 조여도 EU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반면, EU가 희토류를 단기간에 대체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EU는 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디리스킹이란 특정 국가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전략적으로 낮춰 공급망 충격을 완화하는 접근법으로,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는 디커플링(decoupling)과는 구별됩니다. 핵심 원자재 관련 규정들을 통해 역내 기업들의 조달처 다변화를 유도하는 방향인데, EU 집행위원회가 직접 이 정책을 공식 기조로 채택하고 있습니다(출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다만 구조적 의존도가 이 정도 깊으면 단기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게 솔직한 판단입니다.
FSR이라는 새로운 장벽,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

역외보조금규정(FSR, Foreign Subsidies Regulation)은 이번 갈등에서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중장기적으로 가장 강력한 규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FSR이란 비(非) EU 국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외국 기업이 그 자금력을 바탕으로 EU 내 기업 인수나 대형 공공조달에 참여할 경우, EU 집행위가 이를 심사하고 제재할 수 있도록 한 법제입니다. 쉽게 말하면, "국가 돈으로 키운 기업이 우리 시장에서 유리하게 사업하는 걸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현재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FSR 공식 조사가 최소 9건 이상 개시된 상태입니다. 철도, 태양광, 풍력 등 중국이 강점을 갖는 분야들이 주요 대상입니다. 중국 측은 이를 관세가 아닌 형태로 작동하는 새로운 비관세 장벽으로 보고 있으며, 환구시보도 이 점을 콕 집어 EU의 성의 부족 증거로 거론했습니다.
제가 이 규제를 주목하는 이유는 파급 범위 때문입니다. 관세는 특정 품목에 적용되지만, FSR은 산업을 가리지 않고 중국 국영·대형 기업 전반을 겨냥할 수 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관세보다 더 불편한 규제일 수 있습니다. EU-중국 간 무역 적자가 연간 약 3,600억 유로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EU가 이 수단을 계속 확대할 동기는 충분합니다(출처: 유럽의회).
이번에 문제가 된 주요 갈등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기차 상계관세 및 가격 약정 협상 교착
- 희토류 공급망 문제에 대한 양측 입장 차이
- FSR 기반 중국 기업 대상 조사 9건 이상 개시
- 철강 관세 관련 EU의 소극적 대응에 대한 중국 측 불만
'블록 경제화'로 가는 길목에서 이 갈등을 읽는 법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상황을 단순한 보호무역 논쟁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구조적으로 보면 미국은 디커플링(공급망 완전 분리), EU는 디리스킹(선택적 의존도 축소), 중국은 내수 강화와 영향력 확대라는 각기 다른 전략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세 축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중국의 이번 메시지는 일관되게 두 트랙으로 작동합니다. "대화를 원한다"는 말과 "반격 준비가 됐다"는 말을 동시에 내보내는 방식입니다. 이 구조는 협상보다 협상 이전 여론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차이룬 주 EU 중국 대사가 협력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어떤 조치든 상응하는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EU의 입장이 완전히 무리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자동차 산업이 유럽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고,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전기차 앞에서 가만히 있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결국 이 갈등은 "산업 보호 대 시장 개방", "공정 경쟁 대 국가 전략 산업"이라는 두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조입니다. 어느 한쪽이 완전히 옳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번 왕원타오 부장과 셰프초비치 집행위원 간 회담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저는 완전한 합의보다는 부분 타협 또는 갈등 지속 구도가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일시적으로 봉합되더라도 구조적 긴장은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사안은 단기 뉴스로 소비하기보다 앞으로 수년간 반복될 통상 분쟁의 초기 국면으로 봐두는 편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희토류와 FSR 두 가지는 앞으로도 계속 주요 뇌관으로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흐름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법률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