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 베트남 (타이어코드, 생산능력, 에어백)

코오롱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아직도 등산복이나 나일론 재킷이 먼저 떠오르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솔직히 얼마 전까지 그랬습니다. 그런데 최근 코오롱인더스트리 베트남 공장 현황을 들여다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지금 이 기업이 무엇을 만들고, 누구에게 팔고 있는지 파악하고 나면 이전의 이미지가 겹쳐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밤새 돌아가는 공장,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베트남 빈즈엉성에서 운영하는 공장은 24시간 풀가동 중입니다. 수년째 단 한 번도 생산이 멈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가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좀 예상 밖이었습니다. 섬유 회사 이미지가 강한 기업의 공장이 글로벌 자동차 소재 생산기지로 이렇게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이 공장에서 주로 생산하는 것은 타이어코드(Tire Cord)입니다. 타이어코드란 타이어 내부에 삽입되어 형태를 유지하고 하중을 버티게 해주는 보강재로, 쉽게 말해 타이어의 뼈대 역할을 하는 소재입니다. PET 칩, 즉 폴리에스터 원료를 고온에서 녹여 실(원사)로 뽑고, 이 실을 꼬아 강도를 높인 뒤 직기로 직물을 짜고, 합성고무를 입혀 대형 오븐에서 열처리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됩니다.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되어 있고, 미쉐린과 굿이어 같은 글로벌 타이어 기업이 주요 고객사입니다. 전체 생산 물량의 40~50%가 북미로 수출됩니다.
타이어코드는 자동차 안전과 직결되는 소재인 만큼 공급망 진입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이 점이 제가 이 사업을 주목하는 핵심 이유이기도 합니다. 안전 부품 특성상 한 번 공급망에 편입되면 쉽게 교체되지 않고, 장기 계약으로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업계에서 이런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생각하면, 수년째 풀가동이라는 사실이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신뢰 축적의 결과로 읽힙니다.
이번 증설 규모도 눈에 띕니다. 기존 연 생산능력은 3만 6천 톤이었는데, 올해 10월을 목표로 증설을 마치면 5만 7천 톤으로 늘어납니다. 증가율이 약 58%에 달합니다. 제조업에서 50% 이상의 캐파(CAPA, 생산능력) 확대는 단순한 기대 수요가 아니라 이미 확정된 주문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행하기 어려운 결정입니다. 더구나 원래 내년 1월 가동 예정이었던 일정을 앞당겼다는 점이 의미심장합니다. 고객사 측에서 납기를 더 빨리 당겨달라는 요청이 들어왔거나,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탄소중립 흐름에 따라 친환경 설비도 추가했습니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PET 칩으로 타이어코드를 만드는 설비인데, 올해 4월 새로 구축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환경 대응을 넘어 고객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구에 선제적으로 응하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이 공장이 처리하는 핵심 공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PET 칩 → 원사 방사: 폴리에스터 원료를 녹여 가늘고 긴 실로 뽑아내는 단계
- 연사(撚絲) 공정: 실을 꼬아 강도를 높이는 작업으로, 이 단계가 타이어코드의 내구성을 결정합니다
- 제직(製織) 공정: 연사 된 실을 직기로 직물 형태로 짜는 단계
- 딥핑(Dipping) 및 열처리: 직물에 합성고무를 코팅하고 대형 오븐에서 구워내는 최종 공정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이 소재의 수요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때문에 내연기관 차량보다 타이어에 더 큰 하중이 실립니다. 자연스럽게 타이어 내구성 요구치가 높아지고, 고성능 타이어코드 수요가 늘어나는 구조입니다(출처: 한국자동차연구원).
에어백 사업이 두 번째 성장 축이 되는 이유

코오롱인더스트리 베트남 공장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사업이 에어백입니다. 타이어코드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쪽이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사업입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베트남 에어백 법인(KVC)은 현재 자동차 에어백 쿠션을 생산해 오토리브(Autoliv)와 현대모비스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에어백 쿠션이란 에어백 모듈 안에 들어가는 나일론 원단 주머니로, 충돌 시 가스를 받아 부풀어 오르며 탑승자를 보호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이 쿠션의 원단은 그동안 한국과 중국에서 수입해 왔는데, 이번에 베트남 현지에 원단 공장을 새로 짓기로 했습니다. 착공은 올해 8월, 가동은 2028년 예정입니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수직 계열화(Vertical Integration) 때문입니다. 수직 계열화란 원자재부터 완제품까지 공급망의 여러 단계를 하나의 기업이 직접 통제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원단 생산을 현지화하면 조달 리드타임이 줄고 원가 구조가 개선됩니다. 고객사가 긴급 주문을 넣을 때 대응 속도도 빨라집니다. 결국 가격 경쟁력과 수주 대응력이 동시에 높아지는 셈입니다.
생산 물량도 올해 들어 전년 대비 약 7% 늘었고, 직원 수는 1,780명에서 2,000명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 규모는 단순한 운영 조정이 아니라 본격적인 생산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입니다.
자율주행 기술과 전기차 확산이라는 두 가지 흐름도 에어백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차량은 실내 공간이 넓어지고 탑승자가 다양한 자세를 취하게 됩니다. 이때 보호해야 할 신체 범위가 늘어나면서 에어백의 크기가 커지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공간을 보호하는 센터 에어백이나 측면 에어백 같은 신규 수요가 생겨납니다. 에어백 1개당 원단 사용량이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에어백 시장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약 7~8%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출처: 한국무역협회).
물론 냉정하게 봐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업황이 꺾일 때 직접적인 리스크가 됩니다. 북미 수출 비중이 40~50%에 달한다는 사실은 환율 변동이나 미국의 무역 정책 변화에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대규모 CAPEX 투자는 고정비 부담을 높이기 때문에, 수요가 예상보다 늦게 따라온다면 수익성에 압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리스크를 인지한 상태에서 사업 흐름을 바라보는 것이 더 정확한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타이어코드와 에어백이라는 두 축은 지금의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어떤 방향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패션과 나일론에서 출발해 자동차 안전 소재의 글로벌 공급망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은 셈입니다. 저는 이 전환이 단기적인 성과가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소재 기술이 쌓인 결과라고 봅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단순히 주가나 실적 숫자만 보는 것보다, 이 공장이 실제로 어떤 고객에게 어떤 소재를 공급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나면 숫자가 훨씬 다르게 읽힙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