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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도 CEPA 개정 (공급망, CEPA개정, 비관세장벽)

young10862 2026. 4. 21. 13:33

"인도, 기회인가?" 한-인도 정상회담 이미지

FTA를 맺으면 수출이 쉬워진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인도 진출 기업 관계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고 나서 그 믿음이 꽤 흔들렸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모디 총리가 뉴델리에서 한·인도 CEPA 개정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습니다. 교역 규모를 2030년까지 500억 달러로 두 배 키우겠다는 목표도 내걸었습니다. 숫자는 명확하지만, 현장의 온도는 좀 다릅니다.


CEPA 개정, 협정서보다 현장이 먼저다

한·인도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는 2010년 발효되었습니다. CEPA란 상품 관세뿐 아니라 서비스, 투자, 지식재산권 등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무역협정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인 FTA보다 협력 범위가 넓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발효 이후 양국 교역 규모는 2010년 171억 달러에서 지난해 257억 달러로 성장했으니, 협정이 아예 효과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출처: 산업통상자원부).

그런데 제가 직접 인도 진출 기업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협정이 있다고 바로 수출이 쉬워지는 건 아닙니다"라는 말이 공통적으로 나옵니다. 관세는 일부 낮아지지만 정작 발목을 잡는 건 비관세장벽입니다. 비관세장벽이란 관세 이외의 방법으로 수입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 인증, 통관 절차 등을 총칭하는 개념입니다. 인증 하나 받는 데 예상보다 몇 배의 시간이 걸리고, 지역마다 규제가 달라 표준화된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경험담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저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협정 텍스트를 보면 상당히 진전된 내용인데, 막상 현장에서 체감하는 개방도는 협정문과 상당한 거리가 있었습니다. 이번 개정 협상에서 이 대통령이 "신통상 규범을 충분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그 간극을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내년 상반기 타결을 목표로 속도를 낸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뛰는 기업들이 실제로 변화를 느끼려면 협정문 개정 이상의 후속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인도 시장의 구조적 어려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지역별로 규제와 소비 패턴이 달라 단일 전략이 통하지 않음
  • 행정 절차와 인증 취득에 예상보다 긴 시간 소요
  • 물류 인프라 미비로 인한 높은 유통 비용
  • 정책 방향의 잦은 변화로 예측 가능성 저하

이 네 가지는 제가 여러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항목들입니다. 협정이 아무리 개선되더라도, 이 부분이 함께 해소되지 않으면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공급망 협력, 선택이 아닌 생존 문제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은 교역 수치보다 공급망 안정에 있다고 저는 봅니다. 두 정상이 채택한 부속 문서에 '에너지 자원 안보 공동성명'이 별도로 포함된 것이 그 방증입니다. 현재 글로벌 산업 구조에서 핵심 광물 의존도 문제는 배터리, 반도체, 방산 등 전략 산업 전반에 걸쳐 있습니다.

핵심 광물이란 경제적 중요성이 높으면서도 공급 리스크가 큰 광물 자원을 의미합니다. 리튬, 니켈, 코발트, 희토류 등이 대표적이며, 현재 이들의 채굴·제련 공정 상당 부분이 특정 국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는 일은 경제 안보와 직결된 생존 과제"라고 표현한 건 과장이 아닙니다. 제 경험상 공급망 리스크를 한 번이라도 실감한 기업들은 이 문제를 비용 문제가 아닌 존속 문제로 인식합니다.

인도는 세계 4위 경제 규모를 갖추고 있으며, 특히 광물 자원 측면에서 상당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출처: 세계은행). 이번 회담에서 신설되는 장관급 협의체인 산업협력위원회가 조선, 원전, 핵심 광물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공동 발굴하기로 한 것도 이 맥락입니다. 단순히 원자재를 사들이는 방식을 넘어, 인도의 채굴·제련 산업에 한국의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은 방향 자체로는 맞다고 봅니다.

조선 분야 협력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인도는 2047년까지 글로벌 조선·해운 5대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입니다. 한국이 세계 조선 시장에서 쌓아온 기술력과 인도의 제조 규모를 결합할 수 있다면 상호 보완적인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런 협력 구상이 실제 발주와 납기, 기술 이전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이란 원자재 조달부터 생산, 유통까지 국경을 넘어 연결된 전체 생산·물류 체계를 뜻하는데, 이 체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일은 협정 체결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을 수반합니다.

일반적으로 정상회담 이후 협력 선언이 나오면 곧바로 산업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번 한·인도 협력도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방향성은 맞고 필요성도 분명하지만, 실행 속도와 구체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번에도 협정문의 잉크만 남을 수 있습니다.

인도는 결국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국 의존 리스크, 공급망 불안, 원자재 확보 경쟁이라는 세 가지 압력이 겹치면서 인도는 자연스럽게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의 실행입니다. CEPA 개정과 공급망 협력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 기업들이 체감하는 비관세장벽이 낮아지는지를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또는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420387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