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 ESG 투자 (자원순환, 재활용 원료, 친환경 인증)

우유팩을 씻어서 분리수거함에 넣으면서 "이게 진짜 재활용이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꽤 오래 그 의문을 그냥 묻어두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한솔제지의 자원순환 구조를 들여다보면서, ESG 투자를 단순히 착한 기업에 돈을 맡기는 것 이상으로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재활용률 1%의 현실, 그리고 구조를 바꾼 시도

저는 솔직히 멸균팩이 재활용이 거의 안 된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제대로 알았습니다. 오렌지 주스나 두유 등에 사용되는 멸균팩은 겉으로 보면 그냥 종이 같지만, 실제로는 펄프와 폴리에틸렌, 알루미늄이 겹겹이 붙어 있는 복합소재입니다. 이 세 가지를 분리하는 공정이 기술적으로 어렵다 보니 국내 재활용률이 1% 안팎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한솔제지는 2024년 환경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그 결과, 멸균팩을 재활용해 만든 백판지가 GR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여기서 GR 인증이란 Good Recycled의 약자로, 재활용 원료로 만든 제품의 품질이 새 원료로 만든 제품과 동등한 수준임을 국가가 공인하는 제도입니다. 멸균팩 재활용 백판지로는 국내 최초 사례였습니다(출처: 국가기술표준원).
여기서 제가 흥미롭다고 느낀 건 따로 있었습니다. 멸균팩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즉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이 결합된 폴리알(PolyAl)도 그냥 버리지 않고 플라스틱 팔레트 원료로 재활용하는 기술까지 함께 확보했다는 점입니다. 버리던 것도 버리지 않는 구조, 그게 이번 자원순환 모델의 핵심이라고 봤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구조를 어떻게 봐야 할지 주변에 물어봤을 때, 장기 가치 투자를 지향하는 한 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전에는 ESG가 기업 이미지 관리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재활용을 잘하는 기업은 원가가 줄고 글로벌 거래도 쉬워지니까 결국 돈으로 연결된다는 구조가 보이더라고." 제 경험상 이 말이 꽤 정확하게 현실을 짚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활용 원료 비중 증가가 뜻하는 것

한솔제지는 2023년 종이팩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데 70억 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단순히 기계 한 대를 들여놓은 것이 아니라, 원료 투입부터 제품 생산까지 전 공정에 걸친 재활용 시스템을 새로 깔았습니다. 서울시, 천안시 같은 지방자치단체와 종이팩 회수·재활용 협약을 잇달아 맺으면서 수거 인프라도 함께 구축했습니다.
이게 숫자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면 감이 옵니다. 한솔제지의 재활용 원료 사용 비율은 2023년 46%에서 2024년 49%로 상승했습니다. 만드는 종이의 절반 가까이가 새 펄프가 아닌 재활용 원료에서 나온다는 뜻입니다. 제가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예상보다 높다고 느꼈습니다. 흔히 재활용 원료는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 비중이 이 정도면 이미 원가 구조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친환경 인증 제품의 매출도 2023년 4,663억 원에서 2024년 4,991억 원으로 약 7% 증가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인증이 FSC Recycled입니다. FSC Recycled란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가 부여하는 인증으로, 재활용 원료를 사용한 제품임을 국제적으로 공인하는 제도입니다. 유럽 등 선진 수출 시장에서 이 인증이 납품 자격 요건으로 요구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인증 자체가 수출 경쟁력으로 직결됩니다(출처: FSC 국제산림관리협의회).
안정형 투자를 선호하는 또 다른 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환경 규제가 계속 강화되는 상황에서, 대응이 이미 돼 있는 기업은 리스크가 그만큼 적다고 봐." 제 경험상 이 시각이 꽤 설득력 있습니다. 규제가 바뀔 때 대응 비용이 갑자기 올라가는 기업과, 이미 시스템을 갖춰둔 기업의 장기 리스크는 분명히 다릅니다.
ESG 투자를 볼 때 실제로 확인해야 할 것들

제가 직접 ESG 기업을 살펴보면서 느낀 건, ESG라는 이름표 자체보다 그 안에 실제 수익 구조가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이미지만 좋고 실속이 없는 이른바 '그린워싱(Greenwashing)' 기업들도 시장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린워싱이란 실제로는 친환경 활동이 미미한데 마케팅이나 홍보를 통해 친환경 기업인 것처럼 포장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래서 ESG 기업을 투자 관점에서 볼 때 저는 아래 세 가지를 기준으로 먼저 확인합니다.
- ESG 활동이 원가 절감이나 매출 증가로 실제 연결되고 있는지
- 정부 보조금이나 정책 지원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아닌지
- 관련 기술 경쟁력과 인증을 실질적으로 갖추고 있는지
한솔제지의 경우 이 세 가지를 놓고 보면, 재활용 원료 비중 증가로 원가 구조가 개선되고 있고, FSC 같은 국제 인증을 확보해 수출 거래에서 진입 장벽을 자연스럽게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또한 한솔제지 천안공장의 경우 공정에서 사용된 물을 자체 폐수처리 시설로 재처리한 뒤 다시 공정에 투입하며, 수질 자동측정기기(TMS)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TMS란 Total Management System의 약자로, pH와 부유물질, 유기물 농도 등을 자동으로 측정해 방류 수질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과거에는 제지 산업을 대표적인 환경 오염 업종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직접 들여다보니 이 기업이 움직이는 방향은 '종이를 만드는 공장'에서 '자원을 순환시키는 기업'으로의 전환에 가깝습니다. 그 전환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 설비 투자와 인증, 수치로 쌓이고 있다는 점에서 제 생각은 긍정적인 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ESG 투자를 막연하게 착한 곳에 돈 넣는 것으로 접근하면 판단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그 기업이 환경 가치를 돈 되는 구조로 연결하고 있느냐입니다. 직접 데이터를 확인하고, 인증 구조를 들여다보고, 실제 원가와 매출 흐름을 따라가는 것, 그게 제가 경험하면서 배운 ESG 투자의 첫걸음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반드시 본인의 책임 아래 충분한 검토를 거쳐 결정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