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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車회장들이 한국 온 이유 (공급망재편, 전동화전환, 투자전망)

by young10862 2026. 4. 28.

자동차 부품 공급망 이미지

벤츠 회장이 5개월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습니다. 세계 최고 프리미엄 완성차 수장이 반년도 안 돼 같은 나라를 두 번 방문한다는 건, 의례적인 비즈니스 투어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저도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이게 단순한 파트너십 행사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파고들수록 이건 꽤 구조적인 이야기였습니다.


보쉬와 콘티넨탈이 흔들리고 있다

자동차 부품 산업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셨다면 보쉬, 콘티넨탈, ZF라는 이름이 익숙하실 겁니다. 수십 년간 글로벌 완성차 공급망의 핵심을 담당해 온 티어 1(Tier 1) 부품사들입니다. 티어 1이란 완성차 제조사에 부품이나 모듈을 직접 납품하는 1차 협력사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회사들이 지금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보쉬는 전동화 부품 관련 인력을 25% 가량 줄였습니다. 콘티넨탈은 아예 자동차 사업부를 분사해 별도 상장까지 시켰고, ZF는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사업부를 하만에 매각했습니다. 여기서 ADAS란 차선 이탈 경고, 자동 긴급 제동, 크루즈 컨트롤 등 운전자를 보조하는 핵심 자율주행 관련 기술 전반을 가리킵니다.

제가 직접 업계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이 상황을 요약하면 하나였습니다. "내연기관 시대의 강자가 전동화 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겁니다. 유럽 자동차 부품 업계 일자리 감소가 올해만 10만 명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합니다. 결국 완성차 회사들 입장에서는 기존 공급망에 구멍이 생긴 것이고, 그 구멍을 메울 곳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대안이 됐지만,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나 유럽의 CRMA(핵심 원자재법) 같은 규제들이 연달아 강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커넥티드카 관련 규제까지 등장하면서 중국산 부품의 백도어(backdoor) 보안 리스크, 즉 외부에서 차량 시스템에 무단으로 접근할 수 있는 취약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글로벌 향 모델에 중국산 부품을 탑재하는 건 사실상 어려워진 셈입니다.

핵심 포인트:

  • 보쉬: 전동화 부품 인력 25% 감원
  • 콘티넨탈: 오토모티브 사업부 분사 후 별도 상장
  • ZF: ADAS 사업부 하만에 매각
  • 유럽 자동차 부품 업계 올해 감원 규모 약 10만 명 전망

왜 한국이 대안인가

저는 사실 처음엔 "한국 부품사들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공략할 수 있을까"라는 데 회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업계 관계자 인터뷰를 직접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국내 부품사 전략기획 임원은 "이제 단순 가격 협상이 아니라 공동 개발 요청이 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배터리 쪽부터 보면 흐름이 명확합니다. 포르쉐는 마칸 등에 CATL 배터리를 쓰다가 삼성SDI로 전환했고, 벤츠는 이번 방문에서 삼성SDI와 2028년부터 하이니켈 배터리를 공급받는 계약에 서명했습니다. 하이니켈 배터리란 양극재에 니켈 함량을 80% 이상으로 높여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한 고성능 배터리로, 주행 거리가 길어야 하는 프리미엄 전기차에 적합합니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처를 빠르게 넓히고 있는데, LFP란 리튬·인산·철로 만든 배터리로 안전성이 높고 수명이 길어 중저가 전기차에 많이 쓰입니다.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벤츠 신형 모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39인치, 48인치급 대형 디스플레이가 들어갑니다. 제가 직접 들은 이야기로는, 벤츠 측이 BOE 같은 중국산 패널을 써봤더니 자동차 특유의 진동과 고온 환경에서 내구성이 떨어지더라는 겁니다. 여름철 차 내부 온도는 70도까지 올라가기도 합니다. 그 환경을 견디는 건 결국 LG디스플레이 같은 고품질 패널이라는 결론이 나온 겁니다.

현대모비스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모비스는 이제 단순 티어 1을 넘어 티어 0.5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티어 0.5란 부품을 납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완성차 업체가 원하는 방향을 처음부터 함께 설계하고 개발하는 파트너 역할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벤츠 CC(칵핏 클러스터) 모듈을 모비스가 만든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벤츠가 모비스 부품을 쓴다는 게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으니까요.

한온시스템의 TMS(열 관리 시스템)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TMS란 전기차 배터리·모터·전장 부품의 온도를 최적으로 유지해 주행 거리와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기술입니다. 전기차는 배터리 온도가 올라가면 주행 가능 거리가 즉시 줄어들기 때문에, 이 기술의 완성도가 상품성에 직결됩니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한온시스템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유럽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보여주는 수치도 있습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2024년 EU의 순수 전기차 판매 비중은 전체 신차의 약 13%에 머물렀으며,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환 속도가 기존 공급망 재편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출처: 유럽자동차공업협회 ACEA).


투자 관점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

제 경험상 이런 산업 흐름이 나타날 때 가장 위험한 반응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건 일시적 흐름이야"라며 무시하는 것, 다른 하나는 "이제 한국 부품사들이 무조건 다 잘되겠지"라고 낙관하는 겁니다. 현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지금 한국 부품사들이 수혜를 받고 있는 구조적 요인을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1. 유럽 레거시 부품사들의 경쟁력 저하: 전동화 전환에서 기술적 공백 발생
  2. 중국산 부품 규제 강화: IRA, CRMA, 커넥티드카 보안 규제로 중국산 사용 제한
  3. 글로벌 OEM의 공급망 다변화: 단일 공급처 리스크 줄이기 위한 전략적 분산

다만 여기서 냉정하게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투자업계 애널리스트와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 "이건 한국이 잘해서이기도 하지만, 외부 환경이 만들어준 기회라는 점도 동시에 맞다"는 겁니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 향상 속도는 실제로 빠릅니다. NCM 배터리 쪽에서는 아직 한국이 앞서 있지만, LFP에서는 CATL의 점유율이 압도적입니다.

국내 완성차 관계자와 나눈 대화에서도 "부품사들 협상력이 올라가는 건 단기적으로 단가 압력이 된다"는 솔직한 말이 나왔습니다. 현대차 그룹이 오랫동안 슈퍼 갑 위치에서 공급망을 이끌어왔는데, 부품사들이 글로벌로 나가면서 그 구조에 변화가 생기는 건 불가피합니다. 한국거래소 데이터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의 현대차 그룹 매출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글로벌 수주 다변화가 실질적인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KIND).

결국 지금 이 흐름에서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어느 회사가 러브콜을 받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회사가 실제로 기술 경쟁력을 쌓고 있느냐"입니다. 단기 이벤트에 흔들리지 말고,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 속에서 각 기업이 어떤 역할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보시는 게 더 실용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분석과 경험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HxpPt6upW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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