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동모터 제조 원가를 40% 낮출 수 있다는 발표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희토류 없이 충분한 자력을 확보한다는 건 기술적으로 꽤 어려운 도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배경을 들여다보니 얘기가 달라졌습니다. 국내 자동차 변속기·감속기 1위 기업 디아이씨가 중국산 희토류를 완전히 배제한 구동모터 개발을 올해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양산에 돌입합니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쓰기 시작한 흐름

일반적으로 희토류는 그냥 비싼 광물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제가 2020년부터 이 이슈를 추적해온 경험상 상황은 훨씬 구조적입니다. 중국은 단계적으로, 그리고 매우 의도적으로 희토류를 전략 자산으로 만들어왔습니다.
2020년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 관영 매체들은 노골적으로 "희토류는 협상 카드"라는 신호를 시장에 던졌습니다. 2021년에는 수출통제법이 본격 시행되고, 희토류 기업들이 국영 중심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여기서 수출통제법이란 특정 품목의 수출을 국가가 직접 허가·제한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 제도로, 이때부터 중국 정부가 공급량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긴 셈입니다.
2023년에는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제한이 추가되었습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이는 핵심 소재로, 희토류가 아니더라도 첨단 산업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2024~2025년에는 아예 희토류 '가공 기술' 자체의 수출 통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원자재를 넘어 기술까지 묶는 전략입니다.
제 경험상 이 흐름에서 가장 위험한 지점은 가격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점입니다. 장기 계약을 맺어도 공급 자체가 흔들리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디아이씨가 과거 실제로 생산 중단 사태를 겪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원가 구조를 바꾸는 기술, 그 경제적 의미

디아이씨가 개발 중인 희토류 프리 구동모터의 핵심은 성능보다 비용 구조의 변화에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영구자석형 동기모터(PMSM)는 희토류 기반 네오디뮴 자석을 사용하는데, 여기서 PMSM이란 강력한 영구자석을 로터에 내장해 높은 효율로 회전력을 만들어내는 방식의 모터를 말합니다. 전기차와 로봇 구동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네오디뮴 자석의 원산지 90% 이상이 중국이라는 점입니다(출처: 한국무역협회). 희토류 공급망이 흔들리면 PMSM을 쓰는 모든 기업이 동시에 타격을 받습니다. 디아이씨의 새 모터는 저렴한 일반 자석만으로도 필요한 자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이로 인해 제조 원가를 기존 대비 40%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 기술이 실제로 완성된다면, 디아이씨가 얻는 경쟁 우위는 두 가지입니다.
- 공급망 안정: 중국의 수출 통제나 가격 급등에 관계없이 생산 계획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가격 결정권: 경쟁사들이 여전히 희토류 시세에 묶여 있는 동안, 디아이씨는 스스로 납품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됩니다.
제 경험상 제조업에서 가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갖는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무기입니다. 테슬라가 디아이씨 울산 공장의 기어 테스터 설비와 가공 라인을 직접 방문해 벤치마킹해 갔다는 점도, 이 회사의 양산 품질 수준이 글로벌 기준에서도 검증됐다는 신호로 저는 읽었습니다.
액추에이터(Actuator)도 이 맥락에서 핵심입니다. 액추에이터란 전기적 신호를 받아 실제 물리적 운동을 만들어내는 구동 장치로, 구동모터·감속기·제어기가 하나로 통합된 형태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 원가의 절반 이상이 이 액추에이터에서 나오는데, 디아이씨는 모터·감속기·액추에이터를 모두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2028년 턴어라운드 가능성과 현실적인 변수들

일반적으로 자동차 부품 기업이 로봇 시장으로 이동한다고 하면 "그게 될까?"라는 의구심부터 드는 게 솔직한 반응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자동차 구동계와 로봇 관절 부품은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합니다. 회전 속도를 제어하고 동력을 전달한다는 핵심 기능이 같기 때문입니다.
디아이씨는 현재 사이클로이드 감속기를 대량 생산 중이며, 올 하반기에는 하모닉 감속기까지 라인업을 넓힐 예정입니다. 여기서 하모닉 감속기란 탄성 변형을 이용해 매우 작은 크기로 높은 감속비를 구현하는 정밀 감속 장치로, 로봇 관절처럼 좁은 공간에서 정밀한 움직임이 필요한 곳에 특히 적합합니다.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는 이미 표준에 가까운 방식입니다.
실적 흐름을 보면 매출은 2023년 7,287억 원, 2024년 7,191억 원, 2025년 7,573억 원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361억 원에서 186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이 낮아진 건 사실이고, 이걸 단순히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가 이 상황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매출 자체는 유지되면서 신사업 투자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로봇 부품 공급이 본격화되는 2028년을 전환점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입니다(출처: 한국경제).
북미 시장 변수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현지 생산 확대에 맞춰 디아이씨의 미국 공장 수주 잔액이 늘고 있으며, 1조 원 규모 이상의 대규모 수주를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희토류 프리 모터 양산, 로봇 부품 공급, 북미 수주라는 세 축이 맞물리면 실적 반등의 조건은 갖춰지는 셈입니다.
디아이씨가 실제로 이 전략을 완성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1~2년이 증명해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시점에서, 중국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면서 원가를 줄이고 로봇 시장까지 노리는 이 방향성은 저는 꽤 설득력 있다고 봅니다. 희토류 공급망 불안이 구조적으로 지속되는 한, 희토류 프리 기술을 먼저 양산으로 연결한 기업이 가질 시차는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2026년 양산 결과와 주요 고객사 확보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투자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이 직접 검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