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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장기화 (수출 붕괴, 경제 구조, 관계 개선)

by young10862 2026. 5. 2.

러우전쟁과 한국과 러시아 교역대한 이미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51개월을 넘어섰습니다. 한 달 뒤면 제1차 세계대전 기간(52개월)마저 넘어서는 기록적인 장기전이 됩니다. 뉴스에서 숫자로만 보던 이 전쟁이, 저는 예전에 러시아 수출을 담당하던 후배와 나눈 짧은 대화 한 마디로 훨씬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전쟁이 바꿔버린 수출 지형

"괜찮아졌냐"고 물었더니, 후배는 잠깐 멈추더니 "거의 포기 상태에 가까워요"라고 했습니다. 그 짧은 한 마디가 어떤 통계보다 더 많은 것을 설명해줬습니다.

실제 수치를 보면 그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대러 수출액은 2021년 약 100억 달러에서 2024년 45억 3000만 달러로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고, 수출기업 수는 같은 기간 4000개사에서 1800개사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2025년 상반기에도 전년 대비 19.8% 추가 감소가 확인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단순한 '감소'가 아니라 시장 자체가 구조적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후배는 "러시아 쪽 수요는 오히려 더 있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세컨더리 제재(secondary sanctions)입니다. 세컨더리 제재란 러시아와 직접 거래하는 제3국 기업에도 미국·EU가 금융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조치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물건을 팔고 싶어도 대금을 받을 방법이 막혀버린 구조입니다. "은행부터 막히니까 거래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는 후배의 말이 정확히 이 구조를 짚고 있었습니다.

전쟁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방식으로 무역 거래가 작동 불능 상태가 된 셈입니다. 제가 직접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니, 뉴스에서 이야기하는 '수출 감소'라는 표현이 얼마나 현실을 축소하고 있는지 실감했습니다.


에너지 가격 불안이 만든 장기 비용 구조

러우 전쟁의 경제적 충격은 2022년 초기 국면과 지금이 성격이 다릅니다. 초기에는 소비자물가지수(CPI) 급등처럼 눈에 띄는 충격이었습니다. CPI란 일반 가정이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체감 물가와 가장 가까운 수치입니다. 2022년 한국의 CPI 상승률은 5.1%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지금은 다릅니다. 직접적인 물가 폭발보다는 에너지 가격 변동성 확대, 러시아 시장 축소에 따른 기업 활동 위축, 대러 제재 회피를 위한 거래 구조 복잡화 같은 보이지 않는 비용이 쌓이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 비용을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라고 부릅니다. 거래비용이란 계약 체결, 결제, 물류, 법적 리스크 관리 등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발생하는 모든 부대 비용을 의미합니다. 수출 기업들은 제품 가격 경쟁력과는 별개로 이 거래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에 중동 지역 분쟁이 겹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습니다. 세계은행은 중동 전쟁이 러우 전쟁 이후 4년 만의 최대 에너지 가격 급등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IMF는 전쟁 장기화 시 고물가와 저성장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최악의 경제 상황을 말합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유가와 LNG 가격 변동이 산업 전반의 원가를 끌어올리는 구조가 이미 굳어지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핵심 리스크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달러 기반 결제 시스템 접근 차단으로 인한 금융 거래 불능
  • 세컨더리 제재에 따른 기업 평판 및 글로벌 파트너십 훼손 가능성
  • LNG·원유 가격 변동성 확대에 따른 제조업 원가 상승
  • 대러 수출 공백을 메울 대체 시장 개척 비용 증가

관계 개선, 현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분명 있습니다. 에너지 공급 다변화, 수출 시장 복원, 북극 항로 물류 협력 같은 경제적 유인은 실제로 존재합니다. 이런 시각을 가진 분들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관계만 풀리면 다시 시장이 열리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후배에게 직접 물어봤더니 대답이 달랐습니다. "한 번 막힌 시장은 다시 믿기가 어렵다. 언제 또 막힐지 모르니까요." 이 말이 제게는 꽤 오래 남았습니다.

기업이 시장에 재진입하려면 단순히 외교 관계가 개선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지속 가능성과 예측 가능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지정학적 리스크(geopolitical risk)란 국가 간 정치·군사적 갈등이 경제 활동에 미치는 불확실성을 뜻합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기업이 선결제 부담과 물류 비용을 안고 다시 시장에 들어갈 이유는 크지 않습니다. 이미 대부분의 기업들은 동남아, 중동, 중앙아시아 등 대체 시장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한국의 수출과 금융은 달러 기반 글로벌 시스템에 깊이 편입되어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 대러 관계를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실질적으로 제약이 많습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단순한 비관이 아닌 이유입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대러 수출기업 수는 이미 2021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태입니다(출처: 한국무역협회).

제 경험상 이런 종류의 문제는 뉴스 기사 한 줄이나 정책 발표 하나로 반전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한 번 신뢰가 무너진 시장은 회복까지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립니다.

결국 지금 러시아 시장에 대한 가장 솔직한 평가는 이렇습니다. "잃어버린 시장"이라기보다는 "리스크 대비 기대 수익이 맞지 않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관계 개선이 이뤄진다 해도, 그것이 즉각적인 수출 회복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조심스럽게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경제 자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4309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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