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아침에 일어나서 뉴스를 켰는데,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소식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코로나 때가 떠올랐습니다. 당시 제가 운영하는 작은 제조업체는 매출이 반 토막 났고, 아직도 그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거든요. 이제 조금씩 회복하는 기미가 보이는 듯했는데, 또 이런 대외 변수를 맞닥뜨리니 속이 답답했습니다. 특히 저처럼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전쟁 소식이 단순한 뉴스가 아닙니다. 유가가 오르고 환율이 요동치면, 그게 고스란히 저희 원가에 반영되고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니까요.
호르무즈 해협 차질이 불러온 유가 쇼크
전쟁이 터진 직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82.57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여기서 브렌트유란 국제 원유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기준유를 말하는데, 북해에서 생산되는 원유로 전 세계 유가의 벤치마크 역할을 합니다. 최근 이틀 동안에만 5% 이상 급등했고, 3월 3일에는 배럴당 85.12달러를 터치하며 2024년 7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출처: 로이터통신).
문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됐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곳인데, 이곳이 막히면 중동에서 생산된 원유가 아시아와 유럽으로 나갈 길이 사실상 차단됩니다. 실제로 1월에는 하루 평균 24척의 유조선이 이 해협을 통과했는데, 3월 1일에는 단 4척으로 줄었습니다. 150척의 초대형 유조선(VLCC)이 해협 진입을 포기하고 외곽에 닻을 내렸고, 전 세계적으로 약 750척의 상선이 발이 묶인 채 대기 중입니다.
저는 이 뉴스를 보면서 제 업체가 쓰는 원자재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제가 수입하는 화학 원료는 중동산 원유에서 파생되는 제품이 많거든요. 유가가 이렇게 오르면 납사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그러면 저희가 쓰는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같은 기초 유분 가격도 당연히 상승합니다. 여기서 납사란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중간 산물로, 석유화학 공장에서 플라스틱이나 합성섬유를 만드는 기초 원료를 뽑아내는 데 쓰입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시장이 이번 사태의 진정한 거시경제적 의미를 완전히 소화하고 새로운 펀더멘털을 재산정하는 데에는 향후 몇 주가 더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출처: 골드만삭스). 솔직히 이 말을 듣고 나니, 앞으로 몇 주간은 더 불안한 시장 상황이 이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율 상승과 수입 물가 압박의 연쇄 효과
유가가 오르면 바로 환율도 요동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게 정말 무서운 게,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도 문제지만 환율까지 오르면 이중고를 겪게 됩니다. 전쟁 직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인도 루피화는 달러당 92.17루피를 기록하며 역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원유 수입 물량의 약 70%, 천연가스(LNG) 수입 물량의 약 2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ING 리서치팀은 "국제 유가가 10%만 상승해도 신흥국의 경상수지는 GDP 대비 0.40~0.60%포인트 악화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여기서 경상수지란 한 나라가 해외와 거래하면서 벌어들인 돈과 지출한 돈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게 적자로 돌아서면 국가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신호입니다(출처: ING). ING는 이런 대외수지 충격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태국, 한국, 베트남, 대만, 필리핀을 꼽았습니다.
제 경험상 환율이 오르면 저희 같은 중소기업은 정말 힘듭니다. 똑같은 원자재를 사는 데 더 많은 돈을 내야 하니까요. 예를 들어 지난달에 1,000달러어치 원자재를 샀다면, 환율이 10% 오르면 같은 물량을 사는 데 100달러를 더 내야 합니다. 그런데 제품 가격은 마음대로 올릴 수가 없습니다. 경쟁사들도 많고, 고객들도 가격에 민감하거든요. 결국 마진이 줄어들고, 이익이 쪼그라드는 겁니다.
주요 중앙은행들도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유가와 수입 물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는데, 그렇다고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더 침체될 수 있습니다. FHN 파이낸셜의 윌 컴퍼놀 거시 전략가는 "현재 미국의 경제 지표와 끈적한 물가 수준을 고려할 때 Fed가 이번 에너지 공급 충격을 가볍게 넘겨볼 수 있는 여유로운 국면이 절대 아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3일 기준 영국의 2년물 국채 금리는 3.84%까지 치솟았고,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도 3.599%까지 상승했습니다.
한국 경제에 닥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저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코로나 때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 때는 수요가 줄어든 게 주된 문제였는데, 이번엔 공급망이 막히고 원가가 오르는 구조적인 문제거든요.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70달러에서 85달러 수준으로 뛰어오르는 공급 충격이 시장에 가해질 경우, 아시아 신흥 경제의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은 약 0.7%포인트 상승하고 반대로 경제 성장률은 약 0.5%포인트 하락하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여기서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 침체(Stagnation)와 물가 상승(Inflation)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을 말하는데, 1970년대 오일쇼크 때 전 세계가 겪었던 악몽 같은 상황입니다. 성장은 멈추는데 물가는 오르니까 정책 당국이 손쓸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더 오르고,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더 죽으니까요.
한국의 주요 산업인 반도체, 철강, 자동차는 모두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입니다. 에너지 비용이 오르면 생산 원가가 올라가고, 수출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제가 아는 자동차 부품 업체 사장님은 최근에 "전기료가 20% 올랐는데, 완성차 업체는 납품 단가를 깎으라고 한다"며 한숨을 쉬더군요. 이게 지금 한국 제조업의 현실입니다.
주요 영향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원유·LNG 수입 의존도가 높아 에너지 가격 급등에 직접 노출
-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 압박 가중
- 에너지 집약적 산업 구조로 생산 원가 급등
-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딜레마로 금리 인하 어려움
- 소비 심리 위축으로 내수 침체 가능성
씨티그룹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장기적인 유가 충격은 신흥국 전반의 인플레이션 통제 기대치를 완전히 탈고정시킬 수 있다"며 "특히 달러 외환 완충 장치가 얇은 취약 국가들이 자본 유출과 통화 가치 붕괴라는 연쇄 부도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출처: 씨티그룹).
정리하면, 이번 미국-이란 전쟁은 단순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넘어 한국 경제 전반에 구조적인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큽니다. 저처럼 원자재를 수입하는 중소기업들은 원가 상승과 환율 변동의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고, 소비자들도 물가 상승 압력을 체감하게 될 겁니다. 다만 한국은 약 90일 이상의 전략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고, 외환보유액도 안정적인 편이라서 단기 충격은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 사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 그 여파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