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들어 미국이 희토류를 핵심 안보 자산으로 공식 지정하면서, 전 세계 공급망 지형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또 관세 협상용 카드겠지"라고 생각했는데,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이 쌓아온 법적 근거와 행정 명령을 보고 나서야 이게 단순한 압박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국가안보전략 문서에 희토류 공급 차질이 군사작전 연속성을 깬다고 명시했고, 상무부·에너지부·국토안보부가 1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볼트'로 비축에 나섰습니다. 반도체와 전기차 산업이 핵심인 한국 입장에서, 이 전쟁은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법적 근거를 먼저 다진 미국의 전략
미국이 희토류를 본격적으로 안보 자산화한 배경엔 2025년 한 해 동안 차근차근 쌓아올린 법적 토대가 있습니다. 의회는 '핵심 광물 파트너십법'을 발의해 우호국과의 공급망 협력 근거를 마련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여름 이후 행정 명령 발동을 위한 기초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국가안보전략 문서에는 희토류 공급 불안이 군사작전 연속성을 위협한다는 표현까지 담겼습니다. 시장 원리에 맡겨두던 광물을 국가가 직접 개입해 생산·소비·유통·가격까지 관리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생긴 겁니다.
솔직히 이 부분을 보면서 "이 정도면 전시 경제 체제 준비 아닌가" 싶었습니다. 상무부·에너지부·국토안보부가 합동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 볼트'는 100억 달러 이상의 희토류를 비축하는 계획인데, 민간 투자와 공급망을 국가가 직접 감독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2026년은 이 법적 근거가 실제 집행으로 넘어가는 원년입니다. 이제 미국은 희토류를 사고파는 게 아니라, 누가 생산하고 누구에게 팔지까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습니다.
서반구 패권과 브라질의 선택
미국이 최근 들어 '서반구'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이유도 희토류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북미·중남미·그린란드를 아우르는 이 지역을 '지정학적 자산화'하겠다는 겁니다. 과거 중동에서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안보를 제공하고 대가로 자원을 가져갔듯이, 이제는 희토류가 있는 서반구를 관리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베네수엘라는 무력으로 점거했고, 그린란드는 작년 여름 지질 조사를 마친 뒤 무력 점령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캐나다는 경제적 압박으로 협정을 이끌어냈습니다.
제가 가장 주목한 건 브라질입니다. 브라질은 중국 다음으로 희토류 매장량 2위 국가인데, 2023년까지 단 1톤도 채굴하지 않았습니다. 중국과 장기 공급 계약이 있었지만, 그 계약이 만료될 때까지 기다렸던 겁니다. 그리고 2025년 6월,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와 '세아베르지 광산' 공동 개발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이 광산은 아시아 밖에서 유일하게 네오디뮴·디스프로슘·테르븀 세 가지 중희토류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곳입니다. 반도체와 방산 부품에 필수적인 광물들이죠.
트럼프가 브라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됩니다. 브라질은 미국에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나라라 관세 효과가 없어 보였는데, 실은 달러 확보 경로를 차단해 압박한 겁니다. 동시에 미국은 1월 핵심 광물 장관급 회의에서 50여 개국에 '최저 가격제'와 '표준 공급 계약'을 제시했습니다. 중국처럼 싸게 사 가는 게 아니라, 일정 가격 이상을 보장하고 공정하게 거래하겠다는 당근책이었습니다. 억압과 회유를 동시에 쓴 셈인데, 브라질 입장에서는 중국과 달리 실질적인 이득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한국의 시간차 전략이 필요한 이유
한국은 반도체·2차전지·전기차·신재생 에너지 모두 희토류 없이는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미국과 공동 공급망에 들어가면 안정적인 조달처를 확보할 수 있지만, 그 밸류체인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여전히 중국산 희토류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시간차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중국이 공급을 간헐적으로 중단하거나 가격을 급등시키면, 우리 산업 전체가 발목 잡힐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전환기에는 원재료 헤지와 장기 계약을 병행하는 게 가장 현실적입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전략 비축과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하고, 기업은 비중국 원산지 비율을 투명하게 공시해야 합니다. 호주 라이너스 같은 중국 외 유일한 중희토류 정련 업체와의 협력도 서둘러야 합니다. 미국이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 정련 시설을 짓고 있지만, 최소 수년은 걸립니다. 그 사이 우리가 중국 눈치를 보지 않으려면, 호주·캐나다·동남아 광산과의 JV를 지금부터 확대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2026년은 희토류 패권 전쟁의 원년입니다. 미국은 법적 근거를 완성했고, 서반구를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단기적으로는 원가 상승과 조달 불안을 감수해야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비중국 밸류체인에 편입된 기업에 프리미엄이 붙을 겁니다. 지금 이 시간차를 슬기롭게 넘기는 기업과 국가가, 다음 10년 첨단 산업의 승자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