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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메가팹 경쟁 (미국 투자압박, 한국 생산기지, 기술주권)

by young10862 2026. 1. 22.

인텔 오하이오주 뉴올버니 메가팹 전경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인텔과 마이크론이 오하이오주와 뉴욕주에 초대형 메가팹 건설을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한 기술 추격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관세 압박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생산기지 이전 압력에 직면해 있지만, 국내 생산기지 유지가 기술 주권과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미국 투자압박과 메가팹 건설 재개

인텔은 오하이오주 뉴올버니 지역에 280억달러에서 최대 1000억달러를 투자해 8개의 팹 건설을 재개했습니다. 2022년 착공 후 수요 불확실성과 경영난으로 두 차례 연기됐던 이 프로젝트는 시공사 벡텔이 토목 엔지니어, 건설 장비 감독관, 전기 기술자 등을 모집하면서 본격 재개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가동 목표 시점은 2031년이며, 인텔이 '실리콘 하트랜드'로 명명한 이 프로젝트는 쇠퇴한 공업지대를 반도체 중심지로 재탄생시키려는 전략의 핵심입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인텔이 현재 최선단 공정인 18A 공정을 넘어 14A 공정까지 적용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인텔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와 TSMC보다 앞서 2나노 공정 제품 양산에 돌입했으며, CES 2026에서는 18A 공정을 활용한 차세대 노트북용 프로세서 '팬서레이크'를 공식 출시하고 삼성, LG, 레노버 등에 공급했다고 밝혔습니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인텔의 18A 공정 수율은 약 60%로, 약 50%대인 삼성전자를 앞선 것으로 평가됩니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는 "18A 공정에서는 2025년 말까지 약속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냈다"며 "14A로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으며, 수율과 IP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했습니다. 한때 1만5000명 해고 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경영난에 허덕이던 인텔의 이러한 도약은 미국 정부의 약 89억달러 보조금 지원과 엔비디아의 약 50억달러 투자가 뒷받침되었습니다. 마이크론 역시 뉴욕주 클레이에 1000억달러 규모의 메가팹 착공식을 가졌으며, 2030년 양산을 목표로 4개의 팹을 건설해 HBM 등 최첨단 D램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약 61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받은 마이크론은 "앞으로 10년간 미국산 최첨단 D램 생산량을 전 세계 생산량의 40%까지 늘리겠다"는 전략을 밝혔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마이크론의 HBM 점유율은 21%로 SK하이닉스 57%, 삼성전자 22%에 이은 3위이지만, 현재 페이스로는 조만간 삼성을 추월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 한국 생산기지 유지의 전략적 필요성

반도체는 단순히 공장 하나만 옮긴다고 생산력이 유지되는 산업이 아닙니다. 한국에는 소재, 부품, 장비로 구성된 소부장 생태계와 설계에서 공정, 검증, 양산까지 초단축 피드백이 가능한 인프라, 그리고 수천 개 협력사와 엔지니어가 수도권과 충청권에 밀집된 세계 최고 수준의 집적 구조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공장을 해외로 옮기면 공정 안정화 속도 감소, 수율 하락, 기술 축적 단절이 발생하며, 이는 보조금으로 보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 메가팹의 실질적 목적은 공급망 통제와 중국 견제라는 정치적, 안보적 목표에 있습니다. 보조금과 세제 혜택, 투자 압박을 수단으로 하는 미국의 반도체 정책은 결과적으로 미국 내 생산을 전략 및 안보 물량 위주로 운영하게 됩니다. 반면 최첨단 공정의 개발과 축적, 공정 노하우의 연속적 진화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 본토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미국 공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곳이지, 기술의 심장부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기술 유출 리스크 또한 국내보다 해외가 훨씬 큽니다. 미국 내 공장은 다국적 인력, 정부 및 군 관련 접근, 정책 변화에 따른 정보 요구에 노출됩니다. 특히 공정 조건, 수율 개선 노하우, 장비 튜닝 데이터와 같은 비정형 기술자산은 문서가 아니라 사람에게 축적되기 때문에, 핵심 인력이 해외에 장기간 체류할수록 기술 유출 및 종속 리스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또한 미국 메가팹은 인건비가 한국 대비 2배에서 3배 높고, 건설비와 에너지 및 유틸리티 운영비도 불리합니다. 보조금이 종료되는 순간 원가 경쟁력은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으며, 반면 국내 공장은 자동화 수준 극대화, 빠른 공정 전환 속도, 장기적 원가 통제가 가능해 메모리와 파운드리 모두에서 가격 방어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합니다.

◎ 기술주권과 국가 전략산업의 미래

반도체는 이제 군사, AI, 에너지, 통신, 금융 인프라를 아우르는 국가 핵심 인프라입니다. 만약 한국 반도체 기업이 첨단 생산 능력을 해외에 의존하게 되면, 한국은 기술은 있지만 통제권은 없는 국가가 되며, 이는 장기적으로 외교 협상력 약화, 산업 정책 무력화, 고급 인력 유출로 이어집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한국 정부에서는 여야 합의 불발로 보조금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다가 미국 관세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 오히려 한국 기업이 미국으로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며 "기업들이 압박을 심하게 느끼면 한국에 짓고 있는 팹을 줄여서라도 미국으로 옮기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미국 투자는 지정학 리스크 대응과 고객 신뢰 확보를 위한 방어적 선택이며, 한국은 최첨단 공정 개발과 대량 양산의 본진으로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 전략의 핵심입니다. 미국 메가팹 건설은 정치의 요구에 따른 것이지만, 한국 공장은 기술의 생명선이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생태계의 집적도, 공정 개선 속도, 기술 축적의 연속성은 단기간에 다른 곳에서 재현할 수 없는 자산입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용인 반도체 클로스터 이전 주장과 미국의 관세 압력이라는 사면초가에 처해 있지만, 국내 생산기지는 가격 경쟁력의 최종 방어선이자 기술 주권의 핵심입니다. 공정 안정화, 수율 향상, 기술 축적이라는 반도체 산업의 본질적 경쟁력은 결국 한국 본토의 생태계에서만 지속 가능합니다. 미국의 투자 압박에 대응하되, 본진은 반드시 한국에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의 메가팹 건설과 보조금 공세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강력한 신호이지만, 한국 기업들에게는 본질로 돌아가야 할 시점입니다. 기술 생태계와 인프라, 그리고 기술주권을 지키기 위해 국내 생산기지를 전략적으로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장기적 경쟁력 확보의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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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헤럴드경제: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658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