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처음 이 전망을 접했을 때 믿기 어려웠습니다. "2140년에 비트코인 가격이 12만 달러?" 지금 가격이랑 별반 차이도 없는 수준에서 수렴한다는 말이잖아요. 연평균 수익률 0.6%라는 숫자를 보고 잠깐 멍했습니다. 하지만 그 논리를 따라가다 보니, 이미 시장에서 조용히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이 하나씩 겹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이 바꿔놓은 판
비트코인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이 기대했던 그림은 간단했습니다. 국경을 넘는 자유로운 교환 수단, 은행 없이도 돌아가는 결제 시스템.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제가 직접 몇 년간 가상자산 시장을 지켜보면서 느낀 건, 비트코인으로 커피 한 잔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거였습니다. 결제를 시도하는 순간에도 가격이 수 퍼센트씩 튀어 오르거나 꺼지니까요.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미국 달러 같은 법정화폐에 1:1로 가치를 고정한 디지털 자산으로, USDT(테더)와 USDC가 대표적입니다. 가격이 요동치는 비트코인 대신 "일상에서 쓸 돈"의 역할을 스테이블코인이 가져가기 시작한 겁니다.
실제로 미국 하원에서는 200달러 미만 소액 결제에 한해 스테이블코인 거래에만 양도소득세를 면제하는 방향의 법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제도적 움직임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사실상 역할 분리의 공식화입니다. 비트코인은 묻어두는 자산, 스테이블코인은 쓰는 돈. 이 구분이 법으로 굳어지는 순간, 비트코인이 화폐 역할을 회복할 가능성은 더욱 멀어지게 됩니다.
현재 전 세계 가상자산 거래의 70% 이상이 스테이블코인을 기축으로 이루어집니다(출처: 코인게코). 이 수치가 의미하는 건, 시장이 불안할 때 자금이 아예 가상자산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대기한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하락기마다 비트코인이 폭락하고 투자자들이 달아났지만, 지금은 시장 내 유동성 완충 역할을 스테이블코인이 하고 있습니다.
수익률 0%라는 전망,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의 칼럼니스트 마크 헐버트는 메트칼프의 법칙(Metcalfe's Law)을 기반으로 비트코인의 장기 적정 가치를 추산했습니다. 메트칼프의 법칙이란 네트워크의 가치가 참여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이론으로, 통신 네트워크 분석에서 주로 쓰이는 개념입니다. 이 모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140년쯤 최대 발행량 2,100만 개에 도달하는 시점에 약 12만 달러 수준에서 가격이 수렴하고, 이후에는 유의미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저는 이 분석이 꽤 설득력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도 분명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핵심 쟁점은 세 가지입니다.
- 메트칼프의 법칙은 사용자 수가 늘수록 가치가 커진다는 원리인데, 비트코인은 단순한 통신 네트워크가 아니라 가치 저장 수단, 투자 자산, 디지털 금의 성격을 동시에 갖습니다. 단일 모델로 설명하기엔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 ETF(상장지수펀드) 승인이나 국가 단위의 비트코인 채택 같은 제도적 사건들은 모델이 포착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ETF란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는 펀드로,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직접 접근하는 창구입니다.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는 출시 이후 수개월 만에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끌어모았습니다(출처: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 "가격이 안정되면 화폐로 쓰인다"는 가정도 검증이 필요합니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가격이 오르지 않는 자산을 굳이 들고 있으려 하지 않습니다. 가격 상승 기대가 사라지면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익률 0%면 비트코인의 종말"처럼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이건 종말이 아니라 '성숙'입니다. 금(Gold)도 수십 년 단위로 보면 연평균 수익률이 2~3%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여전히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금을 보유합니다. 비트코인도 그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성숙 자산으로의 전환, 투자자에게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국 이 모든 변화가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입니다. 비트코인이 '고성장 투기 자산'에서 '성숙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성숙 자산이란 가격 상승 여력은 제한되지만 변동성도 줄어들어 안정적으로 가치를 저장하는 자산군으로, 금이나 우량 국채가 대표적입니다.
제가 직접 지켜보면서 흥미로웠던 건, 이 전환이 갑자기 일어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블랙록 같은 대형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ETF를 출시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코인 담보로 미국 국채를 대량 매입하는 구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달러 패권을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하는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서, 비트코인은 제도권 내에 묶어두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이 흐름에서 투자자가 실질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단기 차익을 노리는 트레이딩 전략은 변동성 감소와 함께 유효성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 장기 보유(HODLing)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기대 수익률을 현실적으로 낮춰 설정해야 합니다.
-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탈중앙화 금융(DeFi) 상품들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DeFi란 은행 같은 중개 기관 없이 블록체인 위에서 예금, 대출, 거래를 실행하는 금융 시스템을 뜻합니다.
비트코인이 더 이상 "10배짜리 자산"이 아닐 수 있다는 전망은 불편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시장이 건강해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성장이 끝나는 게 아니라, 성격이 바뀌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비트코인을 사야 할지 팔아야 할지를 판단하기보다는, 이 자산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비트코인은 "대박을 꿈꾸는 자산"보다는 "포트폴리오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디지털 금"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자 전략도 그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일 것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