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16조원, SK㈜가 5조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21년 삼성전자 주가가 9만원을 찍고 내려올 때 샀다가 지금까지 묶여 있는 저로서는 솔직히 복잡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때는 자사주 소각 이야기가 없다가 지금에서야 주주가치 제고를 외치니까요. 이번 소각이 정말 주가를 지켜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까요?
자사주 소각이 주가 방어에 미치는 효과
자사주 소각의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발행주식수 감소입니다. 여기서 발행주식수란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의 총 개수를 의미하는데, 이 숫자가 줄어들면 같은 이익을 더 적은 주식으로 나누게 되어 주당순이익(EPS)이 자동으로 올라갑니다. 쉽게 말해 발행주식이 10% 줄면 EPS는 약 11% 증가하는 효과가 생기는 겁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보유 자사주 8700만 주를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대비 약 1.3% 수준입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숫자로만 보면 크지 않아 보이지만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움직이면 지수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합니다. 실제로 제가 HTS를 켜고 지수를 보니 발표 직후 외국인 매수세가 조금씩 들어오더군요.
SK㈜는 전체 발행주식의 약 20%에 해당하는 물량을 소각합니다. 지주사 특성상 순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크게 할인되어 있는데, 이번 소각으로 주당순자산가치(BPS)가 상승하면서 밸류에이션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BPS란 회사의 순자산을 발행주식수로 나눈 값으로, 주식의 '실질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BPS가 올라가면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아지면서 저평가 매력이 커지는 구조죠.
제 경험상 자사주 소각 발표 직후에는 단기 반등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수급 개선 효과가 지속되려면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과거 2022년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했을 때도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면서 주가는 결국 하락했던 기억이 납니다.
주주 환원 정책의 진정성과 한계
상법개정과 무관하다는 SK㈜의 설명이 있었지만, 저는 솔직히 믿기 어렵습니다. 정치권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강화를 압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대기업들이 일제히 움직였다는 게 우연이라고 보긴 힘들거든요. 그래도 이유야 어찌됐든 주주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긴 합니다.
삼성전자는 2024년 11월 발표한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의 일환으로 이번 소각을 진행합니다. 1차로 3조원어치를 전량 소각한 데 이어 2차로 16조원 규모를 추가 소각하는 건데,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입니다(출처: 삼성전자 사업보고서).
하지만 저는 자사주 소각보다 배당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소각은 일회성이지만 배당은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주니까요. 삼성전자가 2024년 37조7000억원을 R&D에 투자했다는 건 긍정적이지만, 반도체로 실적이 좋아지면 그 이익을 주주에게도 나눠줘야 투자한 보람이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21년에 샀을 때만 해도 "삼성은 배당주"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믿음이 많이 흔들린 상태입니다.
지금이라도 대기업들이 주주가치를 지키는 것이 회사와 오너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걸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분위기가 달라져도 현재의 주주환원 기조를 유지하는 게 진정한 신뢰 구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적 개선 없이는 소각만으로 부족하다
자사주 소각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실적 개선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삼성전자가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는 건 고무적이지만,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게 중요합니다. 여기서 HBM4란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로, AI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초고속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엔비디아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AI 칩을 만들 때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부품이죠.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에 알파벳(구글 모회사)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HBM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반도체 업황을 몇 년 지켜본 경험상, 수요 예측과 실제 매출 사이에는 늘 갭이 존재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신중한 입장입니다. 자사주 소각은 하방을 지지하는 '쿠션'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상승 추세를 만드는 동력은 결국 실적과 업황이라는 겁니다. 과거 2018년과 2020년에도 자사주 소각이 있었지만, 주가는 결국 반도체 업황을 따라갔습니다. 업황이 좋을 때는 소각 효과가 증폭됐고, 업황이 나쁠 때는 소각 효과가 제한적이었죠.
제가 지금 주목하는 건 세 가지입니다.
- 반도체 부문의 EPS가 실제로 상향 조정되는지 여부
-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 변화 추이
- 소각 이후 추가적인 배당 확대나 환원 정책이 나오는지
솔직히 이번 소각 발표를 보면서 21년에 샀던 제 자신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도 "삼성은 안전하다"는 믿음으로 샀는데, 지금까지 -40% 가까이 손실 구간에 있으니까요. 이번 소각이 진짜 주주를 위한 건지, 아니면 정치적 압박에 대한 일시적 대응인지는 앞으로 1~2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기업이 주주를 진심으로 대하지 않으면 결국 시장도 그 기업을 외면한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