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신용융자 잔고가 33조원을 넘었다는 뉴스를 보고 처음엔 '또 시작이구나' 싶었습니다. 코스피가 급락한 직후 신용융자 잔고는 32조7899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미수거래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더 놀라운 건 반대매매 비율이 평소의 5배로 치솟았다는 점입니다. 예전에 파생상품 상담사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레버리지 투자 메커니즘을 배웠지만, 실제 시장에서 이렇게 여러 층의 레버리지가 동시에 작동하는 모습을 보니 교과서와는 다른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
신용융자와 미수거래, 반대매매는 어떻게 연결되나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월 5일 33조6945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6일 32조7899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출처: 금융투자협회). 신용거래융자란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빚투' 규모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더 주목할 부분은 미수거래입니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3월 3일 1조600억원에서 5일 2조1487억원으로 급증했고, 6일에도 2조983억원을 유지했습니다. 미수거래는 결제일(보통 D+2) 이전에 대금을 납부하지 않고 주식을 매수하는 초단기 레버리지 방식입니다. 여기서 미수금이란 투자자가 매수 주문을 냈지만 아직 증권사에 입금하지 않은 금액을 뜻합니다. 결제일까지 돈을 넣지 못하면 증권사는 해당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리는데, 이를 '반대매매'라고 부릅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본 수치를 보면 반대매매 비율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올해 평균 1.3% 수준이던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이 3월 5일 6.5%까지 치솟았습니다. 평소보다 무려 5배 높은 수준입니다. 코스피 지수가 3일 7.24%, 4일 12.06% 급락한 뒤 5일 9.63% 반등했지만, 6일에도 반대매매 비중은 3.8%로 여전히 평소의 3배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급락 당일이 아니라 1~2거래일 후에 강제 청산이 집중된 이유는 결제 기한 때문입니다. 담보비율이 무너진 계좌들이 지수가 일부 회복했음에도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하자 차례로 청산된 것입니다.
신용융자와 미수거래가 위험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하락장에서 담보비율이 무너지면 자동으로 반대매매가 발생하여 추가 매도 압력을 만듭니다
- 같은 가격대에 강제 매도 물량이 겹치면 낙폭이 더욱 확대됩니다
- 개인 투자자가 손절 타이밍을 놓치면 증권사가 대신 청산하므로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손실이 확정됩니다
솔직히 저는 레버리지 투자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상승장에서 과감하게 베팅하는 것도 전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에서 '신용융자 32조'라는 숫자만 강조하면 사람들은 위험을 과도하게 인식하게 됩니다. 실제로는 이 자금이 시장 전체를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지만, 단기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인 것은 분명합니다.
장외 파생과 해외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키운다
이번 급락을 단순히 개인 '빚투' 탓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CFD(차액결제거래)나 TRS(총수익스와프) 같은 장외 파생 거래에서 마진콜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지적합니다. CFD는 실제 주식을 사지 않고 가격 차이만 정산하는 파생상품으로, 적은 증거금으로 큰 포지션을 취할 수 오 있습니다. 여기서 마진콜이란 증거금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졌을 때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납부하지 못하면 장중에도 강제 청산이 이뤄집니다.
유안타증권 고경범 연구원은 "이번 급락은 일부 레버리지 포지션에서 마진콜 성격의 매도 압력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해외 레버리지 포지션이나 스왑 계약 등 역외 거래에서 마진콜이 먼저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출처: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국내 CFD 계좌에서 연쇄 반대매매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해외 자금의 움직임은 국내 투자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해외 상장 ETF도 한몫했습니다. 미국에 상장된 MSCI Korea ETF(EWY)에는 올해 들어 약 47억달러가 순유입되었고, 한국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KORU에도 2월 하순 이후 자금 유입이 가속화됐습니다. 레버리지 ETF는 일일 재조정(Daily Rebalancing) 특성 때문에 변동성을 증폭시킵니다. 하락일에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이 팔고, 상승일에는 목표 레버리지 비율을 맞추기 위해 더 많이 사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프로사이클릭(추세 강화) 효과가 시장의 움직임을 더 극단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다층 레버리지 구조는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시장이 한쪽 방향으로 급격히 움직일 때 갑자기 드러납니다. 2023년 10월 영풍제지 사태 때도 약 4943억원 규모 미수금이 발생했지만, 일부 증권사가 손실을 처리하는 선에서 마무리됐습니다. 당시 저는 '시장이 생각보다 튼튼하네'라고 안심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는 규모가 작았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신용융자·미수·장외 파생·해외 ETF가 모두 역대급 규모로 쌓여 있어 어느 한 곳에서 청산이 시작되면 다른 층으로 빠르게 전이될 수 있습니다.
고 연구원은 "ETF 자금 규모 자체는 한국 주식 현물시장을 직접 움직일 정도로 크지는 않지만 레버리지 ETF와 옵션 포지션 증가는 시장 변동성 확대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옵션 시장에서는 델타 헤지(옵션 포지션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현물이나 선물을 매도하는 행위)가 자동으로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추가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낙폭이 더 커집니다.
이번 상황을 보며 저는 '빚투' 자체보다는 여러 레버리지가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가 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이 신용융자로 1~2천만원 빌리는 것과 수조원대 장외 파생·해외 ETF가 동시에 움직이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시장에 쌓인 레버리지의 총량뿐 아니라 그 층위와 연결 고리를 함께 봐야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신용융자 잔고는 여전히 32조원대를 유지하고 있고, 미수거래도 2조원 수준입니다. 당장 시스템 붕괴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변동성은 당분간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제가 공부했던 이론대로라면 레버리지는 양날의 검입니다.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키워주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을 증폭시키고 강제 청산을 불러옵니다. 지금은 그 '하락장 모드'가 작동하는 구간입니다. 앞으로 며칠간 반대매매 비율과 미수금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