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엥겔계수라는 단어를 이번에 처음 제대로 들여다봤습니다. 뉴스에서 "30년 만에 30% 돌파"라는 헤드라인을 보고서야 이게 우리 가계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지표인지 깨달았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엥겔계수는 30.3%를 기록했습니다. 1994년 이후 31년 만입니다. 여기서 엥겔계수란 가계 소비 지출 중 식료품 구입비와 외식비를 합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합니다. 흔히 이 수치가 높을수록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제 집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 때문에 식비 지출이 전체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저축은커녕 투자할 여력조차 없는 구조입니다.
31년 만에 되돌아간 엥겔계수, 정말 후진국으로 돌아간 걸까
엥겔계수는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시작한 1980년대 이후 꾸준히 낮아졌습니다. 1968년 48.3%였던 엥겔계수는 1993년 29.4%까지 떨어지며 20%대에 진입했고, 2000년대 이후에는 27% 수준을 유지해왔습니다(출처: 통계청).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2025년 한국 가계는 월평균 366만 원을 지출했는데, 이 중 110만 원이 식비로 나갔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후진국형 소비로 회귀했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빈곤화로만 설명할 수 없다고 봅니다. 실제로 한국의 빈곤율은 2011년 18.6%에서 2021년 14.8%로 오히려 개선됐습니다. 여기서 빈곤율이란 전체 인구 중 중위소득의 50%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절대적으로 가난한 사람은 줄었다는 뜻입니다.
그럼 왜 엥겔계수는 올랐을까요. 저는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습니다. 답은 구조적 변화에 있었습니다. 고령화로 인해 연금 소득에 의존하는 고령자 비중이 늘었고, 이들은 자동차나 의류 같은 다른 소비는 줄여도 외식 등 식비 지출만큼은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렸습니다. 제 주변에서도 실제로 80대 부모님을 모신 지인이 최근 부모님이 백화점 근처 주상복합으로 이사했다고 하더군요. 매일 장 보고 요리하기 어려워지니 아예 외식이 편한 곳으로 옮긴 겁니다.
식품 물가 상승과 배달 문화, 식비 증가의 진짜 원인
엥겔계수 상승의 또 다른 원인은 식품 물가 급등입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2.1% 상승했는데, 식품물가지수는 3.2% 올랐습니다. 일반 물가보다 식품 물가가 훨씬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뜻입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한국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29.4% 증가했지만, 식비 지출은 35.4%나 늘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여기서 가처분소득이란 총소득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월급에서 세금 떼고 남은 돈입니다. 그런데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가구 소득은 3.4% 증가했지만 가처분소득은 2.9%만 늘었습니다. 세금과 이자 비용 같은 비소비 지출이 5.7%나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체감됩니다. 월급은 조금씩 오르는데 실제 손에 쥐는 돈은 그만큼 안 늘어나는 느낌이 강합니다.
특히 주택 대출 이자 증가가 소비를 질식시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집값이 5% 오를 때 50세 미만 가계의 후생은 0.23% 감소했습니다. 여기서 후생이란 경제학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도나 행복 수준을 뜻합니다. 집값이 오르면 젊은 층은 주택 구매나 주거 수준 향상을 위해 저축을 늘리거나 빚을 더 지면서 소비 여력이 줄어든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도 외식과 배달은 줄지 않습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식료품 구입비는 33.1% 증가한 반면, 외식비는 37.9%나 늘었습니다. 코로나19 당시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으로 배달 음식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 주변 30대 부부는 월 소득 400만~500만 원 중 40~50%를 식비로 씁니다. 주 3~4회 외식은 기본이고, 작년에는 6,000원짜리 두바이쫀득쿠키를 한 달 내내 매일 샀다고 합니다. "부동산 같은 먼 미래 대신 지금 우리에게 투자하고 싶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소비 양극화 심화, 중하위층만 더 팍팍해진다
엥겔계수 상승을 단순히 전체 평균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실제로는 소득 계층별로 완전히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위 60%는 소비를 축소하고 있는 반면, 상위 40%는 오히려 소비를 늘리고 있습니다. 소비 축소 응답이 53%에 달했는데, 그 이유는 고물가와 소득 불안이었습니다(출처: 현대경제연구원). 엥겔계수 상승은 전체 평균이 아니라 중하위층의 압박 증가 신호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봤습니다. 제 경우도 그렇지만, 주변 대부분의 가정이 저축도 투자도 어려운 구조입니다. 식품 물가 상승과 외식 증가가 맞물리면서 식비 지출은 계속 늘어나는데, 가처분소득은 제자리걸음입니다. 그래서 투잡이나 부업을 하는 가정이 늘었습니다. 이왕 하는 소비라면 집도 똘똘한 한 채, 옷도 명품, 외식도 고급 레스토랑을 찾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가성비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소비 패턴의 양극화가 오래전부터 진행됐고,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고령화가 엥겔계수를 구조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도 지난해 엥겔계수가 28.6%로 45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30년 넘게 실질 임금이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 전체가 다 같이 가난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일본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도 세계 최고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비슷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핵심은 구조적 문제입니다. 물가 안정, 금리 인하, 실질 소득 증가 없이는 엥겔계수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키고 중장기적으로 생산성 제고 등 구조개혁을 통해 실질소득을 높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 역시 이번 분석을 하면서 우리 가계의 식비 지출 구조를 다시 점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식과 배달 횟수를 줄이고, 대출 이자나 고정비 구조를 최적화해서 가처분소득을 조금이라도 늘려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이렇게 경제 구조와 깊이 연결돼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