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역직구가 이렇게 빠르게 회복될 줄 몰랐습니다. 2025년 1분기 역직구 거래액이 1조 599억원을 기록하며 약 4년 반 만에 다시 1조원대를 넘어섰습니다. 숫자만 보면 분명히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런데 이 성장이 실제로 누구에게 이익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저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한류가 시장을 키운 건 분명하다
K-팝, 드라마, 예능이 쌓아온 국가 이미지가 한국 제품 수요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은 이제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2025년 1분기 역직구 품목을 보면 화장품이 6,336억원으로 압도적 1위였고, 음반·비디오·악기가 1,083억원, 의류·패션이 938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출처: 국가데이터처). 화장품과 음반이 상위권이라는 사실 자체가 K-콘텐츠와의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구조입니다.
저는 이 흐름을 보며 "예전에는 싸서 사는 제품이었다면, 지금은 브랜드를 믿고 사는 제품으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실제로 상담 과정에서 만난 해외 직판 성공 사례들도 공통적으로 제품 품질보다 '한국스러움'이라는 이미지 자체를 구매 이유로 꼽는 고객 비율이 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변화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다만, 시장이 커지는 것과 그 이익이 골고루 나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수요가 늘었다는 사실과, 그 수요를 연결하는 구조가 누구에게 유리한지는 따로 봐야 합니다.
플랫폼 중심 구조가 만든 현실

현재 전자상거래는 대부분 플랫폼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여기서 플랫폼이란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거래를 중개하는 서비스로, 노출·결제·물류·CS까지 대부분의 흐름을 관장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장이 서는 공간 자체를 플랫폼이 소유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이 구조에서 판매자의 수익성이 생각보다 훨씬 얇다는 점입니다. 매출총이익률(GMV 대비 실수익 비율), 즉 전체 거래 금액 중 판매자가 실제로 손에 쥐는 비율은 플랫폼 수수료, 광고비, 물류비를 빼고 나면 기대보다 훨씬 낮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직접 이커머스 상담을 진행하면서 손익분기점(BEP)을 같이 계산해보면, "이 정도면 괜찮지 않냐"고 생각했던 매출 규모에서도 실제 이익은 거의 남지 않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거래액 규모가 커질수록 플랫폼은 구조적으로 수익이 쌓입니다. 하지만 판매자는 매출이 늘어나도 수익이 그만큼 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괴리가 바로 "숫자는 좋은데 체감은 다른 이유"입니다. 3월 온라인쇼핑 전체 거래액이 25조 5,77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는 통계는 분명 좋은 신호지만(출처: 헤럴드경제), 그 숫자가 개별 판매자의 이익으로 직결되는지는 별개로 봐야 합니다.
자사몰이 어려운 진짜 이유

이런 구조를 알고 나면 자연스럽게 "그럼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직접 팔면 되지 않냐"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일본 해외 직판 자사몰 성공 사례를 보고 상담을 진행해보니, 이 전략이 생각보다 훨씬 까다롭다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자사몰의 가장 큰 장벽은 트래픽(유입량)입니다. 여기서 트래픽이란 웹사이트에 방문하는 잠재 고객의 수를 의미하는데, 플랫폼은 이미 수백만 명의 이용자가 매일 들어오는 반면, 자사몰은 처음부터 그 방문자를 직접 끌어와야 합니다. 광고비를 쓰거나, SNS를 운영하거나, 검색엔진최적화(SEO)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자사몰 전략이 특히 어려운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트래픽을 직접 만들어야 하므로 초기 마케팅 비용과 시간이 크게 든다
- 해외 고객을 위한 다국어 결제 시스템과 국제 물류 인프라를 별도로 구축해야 한다
- 소비자 신뢰를 쌓기까지 시간이 걸리며, 플랫폼의 공인 효과를 대체하기 어렵다
- 단기 매출보다 장기 브랜드 자산 구축을 목표로 삼아야 하므로 투자 회수 기간이 길다
그런데도 제가 봤던 Tqoon 같은 사례는 이 구조를 뚫어냈습니다. 핵심은 제품을 많이 파는 것보다 "누가 사는가"에 집중했다는 점이었습니다. SNS 기반 콘텐츠 마케팅으로 특정 취향을 가진 팬층을 먼저 만들고, 그 팬들이 플랫폼이 아닌 브랜드를 직접 찾아오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한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아이템만 있으면 복제 가능한 성공 방정식이었습니다. 단, 그 아이템이 콘텐츠로 연결될 수 있는 성격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역직구 성장, 어떻게 봐야 할까

저는 역직구 회복 뉴스를 보면서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반갑다는 감정과, 이 성장이 실제 판매자들에게 체감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거래액이 늘어나는 것과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지금처럼 플랫폼 중심 구조에서 역직구가 성장하면, 그 이익의 상당 부분은 플랫폼과 물류 사업자가 가져가는 구조가 됩니다. 국가별 역직구 수치를 보면 중국이 3,763억원, 일본이 2,552억원, 미국이 2,521억원 순이었는데, 이 거래 대부분이 특정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조적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류가 만들어낸 수요는 분명히 실재합니다. 하지만 그 수요를 자신의 브랜드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판매자는 아직 소수입니다. 이 구조가 지속된다면 시장 전체는 커지더라도, 개별 판매자의 교섭력(바게닝 파워), 즉 플랫폼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은 오히려 약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역직구 1조 돌파가 반가운 뉴스인 것은 맞습니다. 다만 그 성장의 수혜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내가 그 수혜 구조 안에 제대로 들어가 있는지는 각자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해외 판매를 고민 중이라면 플랫폼 입점과 자사몰 구축 중 어느 쪽이 맞는지보다, 고객 데이터를 누가 소유하게 되는지부터 먼저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트래픽은 빌릴 수 있지만, 고객은 결국 접점을 가진 쪽이 소유하게 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또는 사업 전략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