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정부가 유가 최고가격제를 꺼내들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처음엔 '드디어 서민을 위한 강력한 조치가 나왔구나' 싶었습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주유소에서 기름 넣을 때마다 지갑이 얇아지는 게 체감됐거든요. 그런데 막상 이 정책을 들여다보니,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가격 통제가 곧 서민 구제'라는 공식이 단순하지만은 않더군요. 제 경험상 이런 강력한 시장 개입은 단기적으론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고가격제, 당장은 숨통 트이지만
정부가 석유사업법 23조를 근거로 정유사의 공급가에 상한선을 설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공급가란 정유사가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넘길 때 책정하는 도매가격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정유사가 붙이는 마진을 정부가 직접 제한하겠다는 겁니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휘발유 기준으로 리터당 최대 300원가량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출처: 한국경제).
일반적으로 가격 통제 정책은 즉각적인 물가 안정 효과를 가져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휘발유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이라, 가격이 급등하면 체감 물가가 크게 올라갑니다. 정부가 가격 상한선을 정해주면 소비자들은 당장 주유소에서 덜 내도 되니 소비 심리가 안정되고, 기대 인플레이션도 완화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바로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정부가 유류세를 최대 폭으로 인하했을 때 실제로 주유 비용이 눈에 띄게 줄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이 정도 조치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유가가 다시 안정될 거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번처럼 전쟁이 장기화하고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는 상황에서는 세금 인하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더 강력한 수단인 가격 통제까지 꺼낸 거겠죠.
다만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유가 하락분을 신속히 반영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국제 유가가 떨어져도 국내 주유소 가격은 천천히 내려가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최고가격제가 도입되면 정유사들이 가격 인하를 지체할 명분이 줄어들게 됩니다.
시장 왜곡과 공급 위축, 숨겨진 리스크
하지만 제 경험상 이런 직접적인 가격 통제는 생각보다 복잡한 부작용을 낳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통해 자연스럽게 조정되는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 상한선을 정하면 이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게 됩니다. 여기서 '시장 메커니즘'이란 가격 신호를 통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경제학자들이 우려하는 첫 번째 문제는 공급 왜곡입니다. 정유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국제 유가가 높은 상황에서 마진을 제한당하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급할 이유가 줄어듭니다. 당장은 정부가 손실 보전을 약속했지만, 이게 얼마나 신속하고 충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결국 정유사들이 공급 자체를 줄이거나, 재고 출하를 미루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과거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정책을 시행했을 때 주유소마다 기름이 동나는 사태를 본 적이 있습니다. 가격은 낮게 유지됐지만, 정작 기름을 구할 수 없으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또한 가격 통제가 강해질수록 암시장이나 비공식 거래가 생길 위험도 있습니다. 규제를 우회하려는 시도가 늘어나는 거죠.
두 번째로, 장기적으로는 투자 위축이 우려됩니다. 정유사들이 정부의 가격 개입을 예상하게 되면, 정제 시설이나 유통망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됩니다. 당장 눈앞의 마진도 보장받지 못하는데 큰 투자를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이렇게 되면 몇 년 후 오히려 공급 능력이 떨어져서 더 큰 위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ROI(투자수익률) 악화를 지적합니다. ROI란 투자한 자본 대비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 보여주는 지표인데, 정유 산업처럼 초기 투자가 막대한 분야에서 ROI가 낮아지면 신규 투자가 거의 끊기게 됩니다. 한국은 정유 4사 중심의 과점 구조라 이런 문제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세제 조정과 투명성 강화가 답일까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은 가격 직접 통제보다는 세제 조정이나 보조금 지급, 정보 공개 강화 같은 간접 방식을 선호합니다. 제 생각에도 이쪽이 더 지속 가능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정부가 유류세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면 소비자 가격을 낮추면서도 시장 메커니즘은 살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도 정부는 유류세를 법정 최대한도인 30%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 경우 교통세와 연동된 주행세, 교육세까지 줄어들어 실질 인하 폭은 37%에 달합니다(출처: 한국경제).
또 다른 방법은 유통 단계 마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담합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는 겁니다. 한국은 정유 산업이 과점 구조라 담합 가능성이 늘 제기돼왔습니다. 정부가 이 부분을 강력히 단속하면, 굳이 가격 상한선을 정하지 않아도 경쟁을 통해 가격이 내려갈 여지가 생깁니다.
저소득층에게 직접 지원금을 주는 방식도 고려할 만합니다. 가격 자체를 낮추는 것보다, 취약 계층에게 유류비 보조를 해주면 시장 왜곡을 최소화하면서도 서민 부담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방식도 재정 부담이 있긴 하지만, 전체 시장을 통제하는 것보다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솔직히 저는 정부의 이번 결단을 전적으로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유가가 급등하는 건 서민들에게 너무 큰 부담이고, 정부가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도 클 테니까요. 다만 최고가격제는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 써야 한다고 봅니다.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겠지만, 시장 왜곡과 공급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니까요. 앞으로 정부가 유류세 조정, 담합 조사, 정보 공개 강화 같은 방법들을 병행해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면서도 서민들이 숨통을 틀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주길 바랍니다. 어차피 에너지는 우리 경제의 핵심이니, 눈앞의 위기만 넘기려다 더 큰 구멍을 만들면 안 되겠죠.
참고: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30991951,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3109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