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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보조금 완화 (비대칭 경쟁, 수입차 점유율, 정책 실효성)

by young10862 2026. 5. 14.

전기차 시장 한국은 열고 중국은 닫았다 관련 이미지

7월 1일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이 바뀝니다. 보조금 통과 기준이 80점에서 60점으로 낮아졌고, 논란이 됐던 신용평가등급 항목은 아예 삭제됐습니다. 솔직히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정부가 국내 산업 보호를 내세우다 한 달 만에 핵심 기준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이게 과연 정책인지 눈치 보기인지 구분이 잘 안 됩니다.


한 달 만에 뒤집힌 보조금 기준, 무엇이 달라졌나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3월 공개한 초안은 발표 직후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기업 신용평가등급(Credit Rating)을 평가 항목에 포함시킨 것이 대표적이었는데, 여기서 신용평가등급이란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외부 평가기관이 수치화한 지표입니다. 국내에 법인이 없거나 국내 상장이 아닌 테슬라나 BYD 같은 수입 업체에게는 사실상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 항목이었습니다.

결국 최종안에서 이 항목은 통째로 사라졌습니다. 연구개발(R&D) 투자 실적은 국내 법인 기준에서 해외 본사 실적까지 인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직영 서비스센터 요건도 협력업체 운영망을 포함하도록 완화됐습니다. 평가 구조도 정성평가 60점·정량평가 40점 구조에서 정량평가 비중이 95% 수준으로 대폭 이동했습니다. 정량평가란 수치로 측정 가능한 항목을 기계적으로 집계하는 방식으로, 평가위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를 최소화하는 구조입니다.

제가 이 변화를 보면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60점이라는 기준선입니다. 기후부는 "초기 제도인 만큼 문턱을 너무 높이면 산업 생태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시뮬레이션 없이 산출한 기준이라면, 사실상 탈락 업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역산한 숫자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수입 전기차 점유율, 지금 얼마나 올라왔나

국내 전기차 승용차 시장에서 국산 브랜드는 여전히 70~80%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흐름을 보면 수입 전기차 비중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는 점을 체감합니다. 특히 테슬라는 단일 브랜드임에도 국내 시장에서 꾸준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고, BYD는 가격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장 확대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건 전기버스 시장입니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점유율은 2019년 10% 미만에서 2023~2024년 기준 40~ 50% 이상으로 올라왔습니다. 불과 5년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제가 이 데이터를 처음 확인했을 때 솔직히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여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전기버스 시장은 이미 중국산과 국산이 사실상 양분하는 구조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핵심 이유는 TCO(Total Cost of Ownership), 즉 차량 구매가격에 유지비, 연료비, 감가상각까지 포함한 총소유비용에서 중국산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지자체 입장에서 전기버스를 대규모로 발주할 때 대당 수천만 원씩 차이가 나면 국산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소비자 선택권 보장이라는 논리가 결국 국내 제조업 생태계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이번 보조금 완화 논의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중국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번 정책 논란에서 가장 중요하게 짚어야 할 부분이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수입차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안, 중국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구조는 사실상 자국 기업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특히 배터리 분야에서는 CATL, BYD 등 중국 기업이 주도하는 공급망(Supply Chain)을 중심으로 보조금이 흘러가는 구조가 오랫동안 유지돼 왔습니다. 공급망이란 원자재 조달부터 부품 생산, 완성차 조립, 판매까지 이어지는 전체 가치 사슬을 의미합니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한때 중국 시장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현재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1% 미만 수준입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모두 중국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출처: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반면 BYD를 포함한 중국 로컬 브랜드는 자국 시장의 80~85%를 장악한 상태입니다. 중국이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달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입니다. 규모의 경제란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단위당 생산비용이 낮아지는 현상으로, BYD가 글로벌 시장에서 초저가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정책 방향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한국은 개방을 선택했고 중국은 보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비대칭 구조가 장기화될수록 국내 제조업 기반이 받는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책 실효성, 이대로 괜찮은가

이번 보조금 평가 기준의 핵심 문제는 사실 기준 완화 자체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정책의 목표와 실제 설계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국내 생산시설 보유 여부, 국산 부품 사용 비율, 고용 인원, 서비스센터 수"를 정량 지표로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항목들만 보면 국내 기여도를 반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통과 기준이 60점으로 낮고, 해외 본사 R&D 실적까지 인정하는 구조에서는 국내 생산·고용 기여가 거의 없는 업체도 충분히 기준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도 테슬라와 BYD 등 주요 수입 업체들이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매년 평가 기준을 보완·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제 경험상 이런 식의 '점진적 강화' 약속은 외부 압력이 다시 들어오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이번에도 초안 발표 한 달 만에 핵심 기준을 뒤집은 전례가 생겼습니다. 업계에서 정책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제도의 방향성을 논의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보조금 통과 기준(60점)의 산출 근거와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할 것
  • 국내 생산·고용 기여도와 수입 업체 간의 실질적 점수 차이를 명확히 할 것
  • 전기버스 등 상용차 시장에서의 공공조달 기준을 별도로 강화할 것
  • 중국의 상호주의적 시장 개방 여부를 외교적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

기후부가 이 제도를 발표하면서 인용한 목표는 "국내 전기차 산업 생태계 기여 유도"였습니다. 그 취지 자체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의 설계로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여러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입니다(출처: 기후에너지환경부).

이번 보조금 제도는 출발점으로서 의미는 있지만, 실효성 측면에서는 절반짜리 정책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소비자 선택권과 산업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적어도 정책의 목표와 기준이 일관성 있게 설계돼야 신뢰가 생깁니다.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7월 이후 실제 탈락 업체가 나오는지, 나온다면 어떤 기업인지를 지켜보시는 것이 이 제도의 실질적인 효과를 판단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또는 정책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5133568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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