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5년 사용한 초대형 원유 운반선의 중고 가격이 신조선가의 96%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해운 및 조선 업계에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중고 선박 가격이 1억 2,400만 달러, 새로 만든 원유 운반선이 1억 2,850만 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차이가 거의 사라진 셈입니다.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역시 중고값이 새 제품 대비 86% 수준까지 상승하며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고선 시세 상승은 단순한 수급 문제를 넘어 글로벌 물류 구조 변화와 조선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을 반영하는 신호탄입니다.
◎ 신조선 공급부족이 중고선 가격을 끌어올리는 구조
중고 배값이 급등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신조선 공급 부족 현상입니다. 현재 HD 한국 조선해양, 한화 오션,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빅3는 3년치 일감이 꽉 찬 상태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LNG선, 군함, 특수선 위주로 도크가 가득 차 있어 상선 신조 발주는 인도까지 3~4년이 소요되는 실정입니다. 선주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배가 필요한데 신조선을 기다릴 여유가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중고 선박의 시세를 정할 때는 단순히 부르는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을 돌려보고 가격을 책정합니다. 운임을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가 반영되며, 중고로 배를 사오면 바로 투입해 투자금을 즉각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글로벌 물동량이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점진적 회복세를 보이고, 홍해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항로 우회가 증가하면서 같은 물동량에도 더 많은 선박이 필요한 구조가 형성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즉시 투입 가능한 중고선박의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선복 수요 증가는 중고선 시장에 직접적인 수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선주들이 새로운 선박을 주문할 때 중고로 팔면 얼마를 건질 수 있는지를 전제로 투자 수익률을 계산한다는 점에서, 중고 선가 상승은 신조선의 잔존 가치도 함께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환경규제 영향으로 쓸 수 있는 배의 희소성 증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는 중고 선박 시장에 예상치 못한 프리미엄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EEXI와 CII 규제로 대표되는 탄소배출 기준 강화는 연비가 지나치게 나쁜 노후 선박의 운항을 제한하거나 감속 운항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규제를 충족하는 10~15년차 중고선박은 오히려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아무 중고선"이 아니라 "규제 통과 가능한 중고선"이 프리미엄을 받는 구조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것입니다.
중고 배값은 보통 단기적인 해상 운임 전망이 좋아질 때 먼저 움직이는 속성이 있습니다. 중고 선박은 단순 운송 수단이 아니라 현금흐름을 만드는 실물 자산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으며, 선가 대비 용선료 수익률과 인플레이션 헷지 자산으로 평가받으면서 해운사뿐 아니라 금융 및 사모펀드 자금까지 유입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 조선소에서 건조된 중고선박은 품질이 검증되어 있어 중국 조선소 신조 발주를 꺼리는 일부 선주들에게 더욱 선호되고 있습니다. 납기 지연과 품질 불확실성 우려가 중국 조선 리스크로 작용하면서, 이미 검증된 한국 및 일본 출신 중고선박의 선호도가 높아지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컨테이너선도 중고값이 새 제품의 86% 수준까지 상승했고, 벌크선도 새 제품과 중고 제품의 가격차가 10% 정도로 좁혀진 현상은 이러한 환경 규제 강화와 품질 검증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 조선사 협상력 강화와 한국 조선주 실적 전망
중고 선가 상승은 조선사들의 가격 협상력 강화로 직결됩니다. HD 한국 조선해양, 한화 오션,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 3사는 굳이 저가 수주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고가까지 오른다면 실적에는 더 나쁠 게 없는 호재로 작용합니다. 중고 성가가 상승하면 신조선의 잔존 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에 조선사들은 더 높은 가격으로 신조선을 판매할 수 있는 협상 카드를 쥐게 됩니다.
실제로 증시에서도 이러한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습니다. HD 현대 중공업은 4.18% 오른 64만 8,000원을 기록했고, 한화 오션은 1.2% 오른 14만 8,800원, 삼성중공업은 7.06% 급등하면서 3만 1,85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조선주들의 주가 상승은 중고 선박 가격 상승이 신조선 수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한국 조선사들은 이미 3년치 일감이 확보된 상태에서 선택적 수주 전략을 펼칠 수 있으며, 이는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고 선박 시장의 가격 상승은 단순히 중고 거래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신조선 발주 시 선주들이 잔존 가치를 높게 평가하게 만들어 조선사들의 가격 결정력을 강화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조선 산업이 저가 경쟁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중고 선박 가격 급등 현상은 신조선 공급 부족, 환경 규제 강화, 글로벌 물류 구조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특히 즉시 투입 가능한 규제 통과 중고선의 희소성 증가는 한국 조선사들의 협상력을 강화시키며,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고선 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조선 산업 전반의 수익성 개선 신호로 해석되며, 향후 한국 조선 빅3의 실적 전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GcIAJY4P1f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