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중국이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를 4.5~5%로 낮췄다는 뉴스를 보면서 '드디어 인정했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35년 만의 최저 수치라고 하지만, 제가 의류 제조 업계에서 체감하는 중국의 변화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시작됐거든요. 중국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목표치는 단순히 숫자를 낮춘 게 아니라, 고속 성장 시대의 종료와 새로운 전략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한 셈입니다. 리창 총리는 "안정 속에서 발전을 추구한다"며 과거처럼 무리한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겠다고 밝혔는데, 이 말 속에는 미국과의 관세 전쟁, 부동산 침체, 인구 감소라는 복합적인 현실이 반영돼 있습니다.
왜 중국은 성장 속도를 늦추기로 했을까?
중국이 성장률 목표를 낮춘 건 단순히 경제가 어려워서만은 아닙니다. GDP 규모가 클수록 같은 비율로 성장하기가 어려워지는 '기저 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기저 효과란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동일한 성장률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절대량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100이었던 경제가 5% 성장하면 105가 되지만, 1,000이었던 경제가 5% 성장하려면 50이라는 큰 증가분이 필요한 거죠.
실제로 중국의 2024년 GDP는 약 18조 달러에 달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이 정도 규모에서 5% 성장을 유지한다는 건 약 9,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200조 원 이상을 추가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2000년대 초반처럼 10% 가까운 고성장을 기대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에요.
여기에 인구 구조 변화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중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5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고, 고령화 속도는 OECD 국가들보다 빠릅니다.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데 성장률만 높게 유지하려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죠.
부채 문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지방정부와 부동산 개발사의 부채가 GDP 대비 300%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습니다(출처: 국제결제은행). 과거처럼 빚을 내서 인프라에 투자하고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방식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중국 정부도 이 점을 인정하고, 올해 재정적자율을 GDP 대비 4%로 유지하되 특별 국채 발행 등으로 선택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제가 일하는 의류 제조 업계에서도 이런 변화가 체감됩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동대문에서 만든 옷을 사러 중국 보따리상들이 대거 몰려왔어요. 당시 중국은 한국의 빠른 생산 능력과 디자인을 필요로 했죠. 그런데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이 시작되면서 그 많던 중국 바이어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반대 상황입니다. 중국이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우리가 국내에서 생산해야 할 물량까지 쓸어가고 있거든요. 중국이 중속 성장 기조로 전환하면서 전통 제조업은 해외로 밀어내고, 자국은 첨단 산업에 집중하려는 전략이 명확해 보입니다.
첨단 기술에 90조 원, 중국의 새로운 승부수
중국이 성장 속도를 낮추는 대신 집중하기로 한 분야가 바로 첨단 기술입니다. 올해 중앙 R&D 예산만 4,264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90조 원을 편성했습니다. 전년 대비 10% 증가한 규모입니다. 여기서 R&D란 'Research and Development'의 약자로, 기술 개발과 연구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반도체, AI, 양자컴퓨터 같은 미래 먹거리 산업에 국가가 직접 돈을 쏟아붓겠다는 뜻이죠.
왜 이렇게까지 할까요? 미국의 기술 견제 때문입니다. 미국은 2022년부터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고 있고, AI 개발에 필요한 고성능 칩도 중국에 팔지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기술을 확보하는 게 생존 문제가 된 �겁니다.
리창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에서 "실물경제에 초점을 두되, 지역 맞춤형 생산력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건 '실물경제'라는 표현입니다. 부동산이나 금융 같은 비생산적 영역이 아니라, 실제로 제품을 만들고 기술을 개발하는 제조업과 첨단 산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예요. 구체적으로는 다음 분야들이 집중 육성 대상입니다:
- 반도체 및 집적회로 설계·제조
- 항공우주 및 위성 통신 기술
- 바이오·신약 개발
- 양자컴퓨팅 및 미래 에너지
중국은 이를 위해 스마트 공장을 확대하고 공급망을 재편하는 데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특히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위안화 결제를 늘리는 등 공급망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 전략이 우리 같은 중소 제조업체에게는 악재입니다. 중국이 첨단 산업에 올인하면서 의류, 신발, 잡화 같은 전통 제조업은 사양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거든요. 중국 내 생산 비용이 상승하면서 이런 업종들은 베트남, 방글라데시로 이전하거나 아예 중국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중국 업체들이 단가를 낮춰 해외 물량을 공격적으로 따내면서 우리 같은 국내 업체와 직접 경쟁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 제조하려면 인건비, 원자재비, 임대료 모두 중국보다 비싼데, 중국이 불경기라며 원가를 깎아 물량을 따가니 견딜 재간이 없습니다.
정부에서 이런 구조적 문제를 좀 살펴줬으면 하는데, 사실 너무 큰 바람인 것도 압니다. 대기업이나 첨단 산업은 지원 정책이 많지만, 저희 같은 전통 제조업 중소기업은 관심 밖이니까요.
중국이 중속 성장을 인정하고 첨단 기술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은 분명 합리적입니다.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성장률이 낮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미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체 기술력을 키워야 하니까요. 다만 이 과정에서 밀려나는 산업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의류 제조업이 그렇고, 비슷한 처지의 중소기업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중국의 선택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