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들과 전기차 얘기를 나누다가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습니다. "중국산 배터리가 불안하긴 한데, 솔직히 가격이나 성능 면에서 외국 유명 브랜드랑 큰 차이를 못 느끼겠더라." 보조금 지원 덕분에 저렴하게 차를 구입할 수 있고, 연료비도 절약되니 만족도가 높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의 기술력이 이렇게 빠르게 따라오고 있는데, 정말 역전당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구나. 최근 에너지 시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 인비전이 그린암모니아를 1kg당 약 2달러에 공급할 수 있다고 나서면서, 한국의 수소경제 전략에 빨간불이 켜진 겁니다. 글로벌 시장 평균 생산 비용이 4~6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절반 가격입니다.
중국은 어떻게 이렇게 저렴하게 만드는가
중국이 그린암모니아 가격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된 배경에는 몇 가지 구조적 요인이 있습니다. 우선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전력을 초저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보유하고 있고, 신장 지역처럼 풍력 자원이 풍부한 곳에 대규모 발전 단지를 조성했습니다(출처: 한국경제). 여기서 그린수소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여 얻는 수소를 말하는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그레이수소와 달리 탄소 배출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린수소에 질소를 결합시키면 그린암모니아가 되는데, 암모니아는 영하 33도에서 액화되기 때문에 영하 253도까지 냉각해야 하는 수소보다 저장과 운송이 훨씬 간편합니다.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금융 지원과 토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전해조(일렉트로라이저)라는 장비를 대량 생산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고, 재생에너지부터 수소 생산, 암모니아 합성, 수출까지 수직 계열화된 공급망을 구축했습니다. 여기서 전해조란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와 산소로 나누는 장치로, 그린수소 생산의 핵심 설비입니다. 이런 통합 시스템 덕분에 중간 유통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1kg당 2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서울대 에너지이니셔티브 연구단이 올해 1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이 같은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고 합니다.
제가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충격이었습니다. 글로벌 평균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라니,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습니다. 미국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활용해 일부 생산기지에서 1kg당 1달러대 생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을 보면, 한국의 상황이 더욱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가격만으로 승부가 결정되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에너지 시장에서는 품질, 안전성, 인증, 공급망 안정성 같은 요소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대응 전략과 현실적 한계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의 가격 공세에 맞서기 위해 나름의 전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선 정부는 청정수소 인증제를 도입하고, 발전용 수소 의무 혼소 비율을 확대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다지고 있습니다(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여기서 혼소란 기존 화석연료에 수소를 일정 비율 섞어 태우는 방식을 말하는데, 탄소 배출을 단계적으로 줄이면서 기존 발전 설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수소만 사용하는 전소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술 측면에서는 고효율 전해조 개발, 수소 저장 및 운송 기술, 암모니아 분해 기술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화임팩트는 80MW급 중대형 가스터빈의 수소 전소 실증에 성공했고, 두산에너빌리티는 380~400MW급 초대형 수소 전소 터빈을 개발 중입니다. 이런 대형 터빈 기술은 산업단지에서 필요로 하는 150~250도 수준의 스팀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제조업 공정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특히 수소 전소 열병합발전은 1200도 이상의 초고온 열원을 확보할 수 있어, 기존 석탄 열병합(약 550도)보다 훨씬 높은 화력을 자랑합니다.
한국이 가진 또 다른 강점은 조선과 해운 분야입니다. 한국 조선업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암모니아 추진선이나 수소 운반선 같은 특수 선박 건조에서도 앞서 있습니다. 그린암모니아를 수입하여 국내 발전소나 선박 연료로 활용하는 '수입+내수 연계 모델'을 구축한다면, 생산 경쟁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활용 측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호주나 중동에서 대량 생산한 그린암모니아를 안정적으로 수입하고, 이를 국내 산업단지와 발전소에 공급하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에너지는 결국 가격 산업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기술이 좋고 품질이 우수해도, 가격 차이가 두 배 이상 나면 시장에서 선택받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중국은 정부 차원의 막대한 보조금으로 초기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한국은 제도 개선 속도가 느려 발목을 잡히고 있습니다. 서울대 에너지이니셔티브 김성재 단장도 "새로운 제도나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린수소·암모니아 분야에서 중국을 앞지르기 힘들 것 같다"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결국 승부는 정책 속도와 산업 생태계 구축에 달려 있습니다. 탄소 가격제가 제대로 시행되어 그린암모니아 수요가 확실히 창출되고, 보조금 정책이 초기 산업 생존을 뒷받침하며, 발전 혼소 의무화가 내수 시장을 키워준다면 한국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중국의 가격 공세를 막아내기 어려울 겁니다.
제가 지인들과 전기차 얘기를 나누면서 느꼈던 그 묘한 불안감이 여기서도 그대로 느껴집니다. 기술 격차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역전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말입니다. 한화솔루션 송용식 전무의 말처럼 "특정 에너지원만을 고집하기보다 다양한 에너지원과 기술이 함께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탄소중립이라는 목적지에 안정적으로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가격 경쟁이 아니라 산업 구조와 정책 설계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정부와 기업, 연구 기관이 긴밀히 협력하여 일관된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