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벚꽃 시즌에 중국발 항공편 절반이 사라졌습니다. 저는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좀 얼떨떨했습니다. 성수기에 50%라면 사실상 반 토막인데, 이게 정치 때문이라는 게 피부로 잘 와닿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여행업계 관계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니, 숫자 너머에 훨씬 더 복잡한 구조 변화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항공편 취소율 50%, 그 이면에 있는 것

벚꽃 시즌이라면 일본 관광 업계가 연중 가장 기다리는 피크 시즌(peak season)입니다. 여기서 피크 시즌이란 수요가 집중되어 항공사와 숙박업계가 최대 수익을 올리는 특정 성수기 구간을 말합니다. 그런데 올해 3월, 중국 본토와 일본을 오가는 항공편 2,691편이 취소됐고, 취소율은 49.6%에 달했습니다. 베이징 다싱국제공항과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을 잇는 노선은 예정된 125편이 단 한 편도 뜨지 못했습니다(출처: 한국경제).
이게 왜 이렇게 됐을까요? 배경을 보면,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문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중·일 관계가 급격히 경색됐습니다. 외교 갈등이 관광 지표에 그대로 반영된 셈인데, 중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은 올해 1월 전년 대비 60.7% 급감해 38만 5,300명에 그쳤고, 2월에도 45.2% 줄었습니다. 제가 직접 여행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손님은 늘었는데 예전과는 완전히 다릅니다"였는데, 이 말이 지금 상황을 가장 잘 요약한다고 생각합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많지 않았습니다.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니 노선을 유지하면 적자가 날 수밖에 없고, 결국 노선 중단을 선택한 겁니다. 여기서 노선 수익성(route profitability)이란 특정 출발·도착 구간의 탑승률과 운영비를 비교했을 때 이익이 발생하는지를 따지는 항공사의 핵심 경영 지표를 말합니다. 이 수치가 임계점 아래로 떨어지면 항공사는 빠르게 공급을 줄입니다. 중국 현지 항공사들이 일본행 항공권 무료 취소·변경 기한을 올해 10월 말까지 연장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업계의 판단이 반영된 조치입니다.
지금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정치 갈등 → 중국인의 일본 여행 심리 위축
- 수요 감소 → 항공사 노선 수익성 악화
- 노선 중단 → 공급 자체가 줄어드는 악순환
- 중국 정부의 여행 자제 권고 → 수요 회복 시점 불투명
한국은 반사 이익을 얼마나 가져갔을까

이 부분이 사실 제가 가장 궁금했던 포인트입니다. "일본에서 이탈한 수요가 한국으로 오지 않겠냐"는 기대가 업계 안팎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직접 항공업계와 여행업계 관계자들에게 물어봤을 때 돌아온 답은 기대보다 훨씬 냉정했습니다. "오긴 왔는데, 기대했던 만큼은 아닙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그냥 여행을 안 가거나 동남아를 선택합니다." 이 한 문장이 현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고 봅니다.
왜 한국이 완전한 대체지(代替地)가 되지 못하는 걸까요? 여러 요인이 있지만, 핵심은 수요 분산(demand diversion)과 수요 소멸(demand destruction)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수요 분산이란 기존 목적지에서 이탈한 여행객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현상이고, 수요 소멸이란 이탈한 수요가 다른 목적지로도 가지 않고 여행 자체를 포기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지금 중국 관광 시장에서는 이 두 가지가 함께 벌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업계에서 확인된 변화는 제가 예상했던 것과 조금 달랐습니다. 인바운드 여행사(inbound travel agency) 관계자, 즉 외국인 관광객을 국내로 유치하는 전문 여행사 측에서는 중국 손님이 돌아오긴 했지만 과거처럼 20~30명씩 움직이는 단체 관광(group tour)은 거의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대신 2~4명 단위의 소규모 자유여행(FIT: Fully Independent Travel)이 주를 이룬다고 합니다. 소비 패턴도 바뀌었습니다. 면세점 관계자는 "사람은 보이는데 매출이 안 오른다"고 했고, 실제로 한 번에 수백만 원씩 쓰던 대량 구매 고객층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합니다.
호텔 업계에서는 또 다른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객실 점유율(occupancy rate)은 회복됐는데, 체류 기간은 오히려 짧아졌습니다. 객실 점유율이란 일정 기간 동안 판매 가능한 객실 수 대비 실제로 팔린 객실의 비율을 말하는 숙박업계의 핵심 성과 지표입니다. 이 수치가 올라도 체류 기간이 짧아지면 객단가가 낮아지고 전체 매출은 예상보다 덜 늘어납니다. 더불어 국적 구성도 중국 비중이 줄고 동남아, 일본, 대만 고객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다변화되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였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인바운드 관광 시장은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 다변화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이 방향 자체는 맞지만, 현실에서 다변화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정리하면 지금 상황은 단순히 "일본 수요가 한국으로 왔냐 안 왔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국인의 해외여행 수요 자체가 위축되고 있고, 이탈한 수요의 상당 부분은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로 분산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일부 수혜를 받은 건 맞지만, 독점적 대체지는 아닙니다. 이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관광객은 늘었는데 수익은 그대로"인 상황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여행업계 관계자 한 분이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습니다. "예전에는 중국 손님이 줄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게 업계 분위기입니다." 이 말이 단순한 위기 대응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의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관광 산업의 체질이 바뀌는 중이라면, 지금 어떤 시장을 준비하느냐가 향후 몇 년의 결과를 가를 것입니다. 지금 이 변화를 그냥 '일시적 흔들림'으로 보고 지나친다면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