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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순수 국산화 (공급망 자립, 반도체 혈액, 소부장)

by young10862 2026. 5. 19.

초순수 국산화 성공 이미지

국내 기술로 만든 초순수가 처음으로 실제 반도체 제조 라인에 공급됩니다. 2021년부터 시작된 국산화 사업이 드디어 실증을 넘어 현장 투입 단계까지 왔다는 뉴스를 보고, 솔직히 이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급망 자립, 2019년의 교훈이 여기까지 왔다

2019년 7월, 일본이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세 가지 소재의 수출을 한국에 제한했을 때 업계가 받은 충격은 상당했습니다. 저도 그 시기를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당시 시장에서 나온 반응은 한마디로 "이걸 못 사면 공장이 멈춘다"였습니다.

여기서 포토레지스트란 반도체 웨이퍼 위에 회로 패턴을 새길 때 빛에 반응해 형태를 잡아주는 감광 소재를 의미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한 회로를 그리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재료인데, 당시 일본 의존도가 90%에 달했습니다. 수주 치 재고밖에 없는 상황에서 수입이 막히면 생산 라인 자체가 서야 했습니다.

그 사건 이후 한국의 산업 정책 기조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싸고 좋으면 해외에서 사면 된다"는 효율 중심이었다면, 이후에는 "비싸도 공급이 끊기지 않아야 한다"는 안보 중심으로 전환됐습니다. 소재·부품·장비, 즉 소부장 국산화 정책이 본격화된 것도 그때부터입니다.

초순수는 당시 규제 품목은 아니었지만, 구조적으로 똑같은 리스크를 안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쿠리타와 노무라가 설계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시공·운영은 프랑스 베올리아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맡고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는 당장 문제가 없어 보여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순간 순식간에 취약점으로 드러납니다.

이번에 경북 구미 SK실트론 사업장에 설치된 실증 설비는 설계부터 시공, 운영까지 전 공정에 국내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핵심 공정에 들어간 주요 기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외선 산화장치: 물속 유기물을 자외선으로 분해해 제거하는 장치
  • 탈기막: 용존산소를 분리막을 통해 물에서 걸러내는 설비
  • 이온교환수지: 물속 이온 성분을 흡착·제거하는 소재

여기서 용존산소란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를 말하며, 반도체 세정 공정에서 웨이퍼 표면의 산화를 유발해 수율을 떨어뜨리는 오염 요인이 됩니다. 극미량이라도 남아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탈기막을 통한 정밀 제거가 필수입니다.

2019년 이후 소부장 국산화가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있지만, 제가 직접 추이를 지켜보면서 느낀 건 그 성과가 균일하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불화수소 국산화 비율은 올랐지만 고순도 포토레지스트는 여전히 일본 의존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습니다. 초순수가 이번에 현장 투입 단계까지 온 것은, 그 불균일한 성과 목록 중에서 비교적 완성도 높은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도체 혈액, 왜 이게 국가 경쟁력 문제인가

초순수(Ultra Pure Water)를 반도체의 혈액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여기서 초순수란 물속에 남아 있는 이온, 유기물, 용존산소, 미립자 등을 극미량 수준까지 제거한 초고순도 공업용수를 말합니다. 반도체 웨이퍼 세정, 화학물질 희석, 미세 공정 유지 등 생산 전반에 걸쳐 대량으로 사용되는데, 불순물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수율(Yield)이 직접 떨어집니다.

수율이란 생산한 웨이퍼 중 정상 제품으로 판정되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수율이 1~2% 차이가 나면 수백억 원의 원가 차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초순수의 품질은 단순한 원자재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변수입니다.

글로벌 초순수 시장은 2022년 약 29조 원 규모에서 2028년 약 35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출처: 기후에너지환경부). 이 성장세는 단순한 시장 확대가 아닙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초순수 사용량 자체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흐름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초순수 국산화 논의가 나올 때만 해도 "기술이 검증이나 되겠어"라는 회의적 시각이 상당했는데, SK실트론 실증 설비가 성능 검증까지 완료하고 실제 라인 투입 단계에 이른 것은 의미 있는 분기점입니다.

다만 냉정하게 볼 부분도 있습니다. 기술적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반도체 기업들은 검증된 레퍼런스와 안정적인 공급 이력을 매우 중요하게 봅니다. 지금은 SK실트론이라는 단일 사업장에서의 실증이지만, 이것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팹(Fab)에서의 본격 채택으로 이어지려면 수년간의 공급 실적과 품질 데이터가 쌓여야 합니다.

여기서 팹이란 반도체 제조 공장을 의미하며, 초순수 공급사 입장에서는 팹의 채택 여부가 곧 시장 진입의 핵심 관문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초순수의 기술 표준과 공급 구조를 파악하려면 반도체 산업 동향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출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비용 구조 역시 중요한 변수입니다. 초기 국산 기술은 규모의 경제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여서, 단가 측면에서 해외 기업 대비 불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로 드러났을 때 드는 비용은 단가 차이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2019년 소재 파동이 그걸 잘 보여줬습니다.

정부는 향후 하수 재이용 기반 초순수 생산 기술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기후 변화로 공업용수 확보 자체가 어려워지는 시나리오를 대비한 것인데, 이 방향은 수자원 문제와 기술 자립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초순수 국산화는 단순히 "물 기술 개발 성공"으로 읽으면 본질을 놓칩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공급이 끊기는 순간 반도체 생산 전체가 멈출 수 있는 핵심 인프라를 자국 기술로 확보했다는 것, 그 의미가 더 큽니다. 앞으로 국산 초순수가 대형 제조 라인에서 실제 채택 사례를 쌓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이 분야를 이해하는 다음 단계가 될 것입니다.


참고: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5183937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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