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가 오토파일럿 사망 사고로 약 3,5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저도 최근 몇 년간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차량들의 사고 소식을 여러 차례 접했는데, 이번 판결은 그동안 애매했던 책임 소재에 대해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사례로 보입니다. 사고 책임은 운전자가 2/3, 테슬라가 1/3로 나뉘었지만, 정작 테슬라가 물게 된 배상금은 운전자보다 훨씬 컸습니다.
사고 경위와 법원의 판단
2019년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이 사고는 운전자가 오토파일럿을 켠 상태에서 떨어진 핸드폰을 주우려다 발생했습니다. 운전자는 오토파일럿이 작동 중이니 괜찮을 거라 판단했고, 차량은 시속 100km로 달리다 멈추지 않고 행인을 들이받았습니다. 여성 한 명이 사망하고 남성 한 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법원은 사고 책임을 운전자 66%, 테슬라 33%로 판단했습니다. 전방 주시 의무를 소홀히 한 운전자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겁니다. 테슬라 측은 매뉴얼에 전방 주시 의무가 명시되어 있다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이 부분이 이번 판결의 핵심입니다.
배상액 산정 과정에서 테슬라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부과됐습니다. 책임 비율은 1/3에 불과했지만, 약 2,900억 원의 징벌적 배상금이 추가되면서 총 배상액이 2억 4,300만 달러에 달하게 됐습니다. 운전자보다 테슬라가 훨씬 더 큰 금액을 물게 된 겁니다.
과장 광고에 대한 책임 추궁
법원이 테슬라에 징벌적 배상을 부과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시스템을 만든 기업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FSD(Full Self-Driving) 같은 명칭을 사용하면서 마치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것처럼 마케팅해왔습니다. 실제로는 운전자가 항상 전방을 주시해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저도 주변에서 테슬라 오너들이 오토파일럿을 과신하는 모습을 여러 번 봤습니다. "이거 켜면 알아서 잘 가더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오해가 생긴 데는 테슬라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한몫했다고 봅니다.
캘리포니아 차량관리국은 테슬라에 명칭 변경을 요구했습니다. 오토파일럿은 '트래픽 어웨어 크루즈 컨트롤'로, FSD 뒤에는 '감독형'이라는 문구를 반드시 병기하도록 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아예 FSD라는 용어 자체를 쓸 수 없고, 독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테슬라의 과장 광고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셈입니다.
자율주행 책임 소재의 새 기준
이번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자율주행 기술의 책임 소재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알기로 현재 대부분의 차량에는 오토크루즈나 자동 핸들 조작 같은 기본적인 자율주행 기술이 들어가 있습니다. 레벨 2에서 2.9 정도의 기술입니다. 완전 자율주행인 레벨 3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운전자가 방심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입니다.
문제는 이런 중간 단계 기술로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느냐입니다. 운전자는 "차가 알아서 한다기에 믿었다"고 하고, 제조사는 "매뉴얼에 주의사항 다 써놨다"고 합니다. 이번 판결은 제조사가 기술을 과장해서 광고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명확히 했습니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레벨 3에 가까운 기술을 탑재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2.9플러스니 뭐니 하는 애매한 명칭을 써왔는데, 이제는 함부로 그럴 수 없게 됐습니다. 작년 중국에서도 샤오미가 비슷한 사고로 파일럿이라는 용어 자체를 못 쓰게 됐습니다.
환급 소송과 테슬라의 대응
이번 판결로 테슬라가 직면한 문제는 배상금만이 아닙니다.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하면서 관세 환급 소송도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테슬라를 포함한 약 24,000개 기업이 관세를 내고 수출했는데, 이 중 6,000여 개가 환급 대상입니다. 환급 규모는 약 250조 원으로 추정됩니다.
코스트코, 구디어 타이어, 리복, 푸마, 그리고 한국의 대한전선과 한국타이어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나왔으니 이제 환급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겁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소송해라, 5년은 걸릴 걸"이라며 법정 지연 전략을 예고했습니다.
테슬라는 이번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아직 1심 판결이라 최종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겁니다. 하지만 이미 여러 나라에서 테슬라의 마케팅 방식에 제동이 걸리고 있고, 소비자들도 오토파일럿을 맹신하는 분위기가 누그러지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판결이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고 봅니다. 기술 자체를 규제하는 게 아니라, 과장 광고와 무책임한 마케팅을 견제하는 거니까요. 앞으로 자동차 회사들은 기술 수준을 정직하게 알리고, 소비자들은 한계를 명확히 인식한 상태에서 사용하게 될 겁니다.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오기 전까지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