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편의점 창업을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으며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게 불과 몇 년 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수익 구조를 들여다본 순간 그런 순진한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최근 편의점 업계가 점포 수를 늘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본사가 직접 매장을 임차하는 '마스터리스'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BGF리테일의 CU는 본사 임차 비중이 50%를 넘었고, GS25도 40%를 돌파했습니다. 제가 창업을 포기했던 이유와 맞닿아 있는 이 변화가, 과연 편의점 업계에 어떤 의미를 가질지 직접 경험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본사가 직접 임대료를 내는 이유
편의점 업계가 본사 임차 전략으로 전환한 배경에는 시장 포화라는 냉혹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국내 편의점 밀도는 인구 930명당 1개로, 일본(2,200명당 1개)보다 두 배 이상 높습니다. 여기서 '점포 밀도'란 특정 지역에 편의점이 얼마나 촘촘하게 분포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2022년 10.8%였던 매출 증가율이 2024년에는 0.1%로 급락하며 성장이 사실상 멈췄습니다(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제가 편의점 창업을 포기한 결정적인 이유도 바로 이 점포 과밀 문제였습니다. 제 집 근처만 해도 반경 100m 안에 편의점이 세 곳이나 있었습니다. 열 걸음만 걷다 보면 편의점이 나오는 상황에서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점주 입장에서는 더 큰 매장을 얻고 싶어도 보증금과 월세 부담 때문에 엄두를 낼 수 없습니다. 실제로 목 좋은 곳은 보증금만 수억 원대에 월세도 터무니없이 비쌉니다.
본사 임차 전략의 핵심은 '점포당 매출' 극대화입니다. 점포 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자, 이제는 한 매장에서 얼마나 많이 파느냐가 생존의 열쇠가 되었습니다. 본사가 직접 자본을 투입해 대형 매장을 확보하면 라면 스테이션, 디저트 전문 코너, 프리미엄 주류 구역 같은 새로운 콘셉트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프리미엄 PB(Private Brand)'란 편의점이 자체 개발한 고마진 상품을 의미합니다. 담배 매출 비중이 과거 50%에서 3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이런 고마진 상품 판매가 필수적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매장 통제권입니다. 점주 임차 방식에서는 본사가 신상품 발주를 강제할 수 없습니다. 점주들이 재고 부담을 이유로 신상품 주문을 꺼리면 본사의 전략이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않습니다. 반면 본사 임차 매장에서는 본사가 직접 재고 관리와 상품 구성을 결정하기 때문에 시장 트렌드에 즉각 대응할 수 있습니다.
수익 배분 구조도 달라집니다. 점주 임차형에서는 본사가 매출의 20
30%만 가져가지만, 본사 임차형에서는 40
50%까지 수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우량 상권을 경쟁사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점포 뺏기 경쟁'도 본사 임차 전환의 주요 동인입니다. 5년 단위 계약 갱신 때마다 벌어지는 경쟁을 원천 차단하려는 것입니다(출처: 한국경제신문).
대형화 전략의 명암
본사 임차 점포 확대 전략에는 분명한 장점이 있습니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보증금, 권리금, 월세를 본사가 부담하니 창업 문턱이 낮아지는 셈입니다. 본사 입장에서도 전략적 출점이 가능해집니다. 상권 분석을 바탕으로 미니마트형 복합 매장을 만들어 체류 시간을 늘리고 객단가를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 전략에는 간과할 수 없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첫째, 고정비 부담이 급증합니다. 본사가 임대료와 관리비를 직접 부담하면 매출 변동성에 훨씬 취약해집니다. 여기서 '고정비'란 매출과 관계없이 일정하게 지출되는 비용을 말합니다. 경기가 나쁠 때 이 고정비 구조가 본사 재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둘째, 매출 증가가 곧 수익성 개선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매장을 크게 만들고 신선식품과 즉석조리 코너를 넣으면 매출은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인건비, 재고 관리 비용, 폐기 손실도 증가합니다. 마진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큰 매장을 운영하며 더 많이 팔지만 더 적게 남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략이 단기 매출 방어에는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점포 과밀 구조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본사가 우량 입지를 선점하려다 보면 결국 같은 상권 내 편의점끼리의 경쟁이 격화됩니다. 전체 시장 파이가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대형 점포를 늘리는 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지 의문입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려보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 구하고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알바비를 제때 챙겨주고 본사에 내는 비용까지 제하면 점주 손에 남는 게 거의 없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여러 번 들었습니다. 본사 임차형이라고 해서 이런 운영상의 어려움이 완전히 해소되는 건 아닙니다. 결국 현장에서 매장을 돌리는 건 사람이고, 그 사람을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과 노력은 매장 크기와 무관하게 발생합니다.
대형화 전략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우선 상권을 정밀하게 분석해서 출점해야 합니다. 무작정 큰 매장을 내는 게 아니라, 유동 인구와 소비 패턴을 고려해 즉석조리나 프리미엄 상품 수요가 실제로 있는 곳을 선별해야 합니다. 또한 점포 자동화와 무인화로 인건비를 절감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온라인 주문과 배달 서비스를 연계해 오프라인 매장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결국 이 전략의 성패는 '고정비 대비 마진 구조'를 얼마나 개선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매출만 늘어나고 이익률이 제자리걸음이면 본사만 부담만 커질 뿐입니다. 점포당 영업이익률과 동일점포 매출 성장률(SSS, Same Store Sales)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여기서 SSS란 기존 매장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을 의미하며, 신규 출점 효과를 배제한 순수한 매장 경쟁력 지표입니다.
대형화 전략이 편의점 업계의 미래가 될지, 아니면 일시적인 시도로 끝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더 이상 점포를 무작정 늘려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본사가 직접 자본을 투입하고 리스크를 떠안는 만큼, 매출뿐 아니라 실제 수익성까지 함께 올라가야 이 전략이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크고 쾌적한 매장에서 다양한 상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변화이지만, 점주와 본사 모두에게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