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산 뉴스를 들여다보다가 문득 손을 멈춘 적이 있습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 규모가 60조 원이라는 숫자를 봤을 때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무기 하나 파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라 하나의 산업 구조를 통째로 흔들 수 있는 규모였으니까요. 한화가 다음 달 캐나다와 스페인에서 동시에 대형 수주 결과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은, 방산 업계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꽤 오랜만에 긴장감을 느끼게 만든 뉴스였습니다.
CPSP 수주전: 독일을 꺾을 수 있을까

캐나다의 CPSP(Canadian Patrol Submarine Project)는 단순한 잠수함 구매 사업이 아닙니다. 여기서 CPSP란 캐나다 해군이 노
후화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추진하는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으로, 유지보수 비용을 포함하면 총 6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입니다. 제가 이 사업을 처음 알게 됐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한국이 NATO 회원국을 상대로 잠수함을 파는 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싶었거든요.
경쟁 구도는 명확합니다. 한화오션은 장보고-III 배치-II, 즉 KSS-III를 앞세우고 있고, 독일의 TKMS(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는 212CD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초기 판세는 TKMS 우위로 읽혔습니다. 독일은 전통적인 잠수함 강국인 데다, 캐나다와 같은 NATO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정치·외교적으로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NATO란 북대서양조약기구로, 군사 정보 공유와 무기 체계 상호 운용성 측면에서 회원국 간 거래가 훨씬 매끄럽다는 실질적인 이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구체적인 스펙을 비교하면서 판세가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한화오션의 KSS-III는 3,000톤급 이상의 대형 디젤 잠수함으로, 캐나다가 요구하는 태평양·대서양·북극해를 아우르는 광역 작전 반경을 충족합니다. 여기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점이 결정적인 차별화 요소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란 기존 잠수함에 쓰이던 납축전지를 대체하는 고성능 전력 저장 장치로, 수중 잠항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줍니다. 원자력 잠수함을 보유하지 않는 캐나다 입장에서는 이 기술이 사실상 원잠에 준하는 잠항 능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단순한 스펙 비교를 넘어서는 전략적 가치를 지닙니다.
반면 TKMS의 212CD는 아직 실제 운용 사례가 없습니다. 제 경험상 방산 수주에서 '검증'이라는 단어만큼 강력한 무기는 없습니다. KSS-III는 이미 한국 해군에서 실전 배치 및 시험 운항을 마친 플랫폼입니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60조 원짜리 사업에 아직 검증되지 않은 잠수함을 선택하는 리스크를 떠안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한화의 전략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기술 경쟁만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화오션은 현지 조선사인 어빙 조선소(Irving Shipbuilding)를 비롯해 현지 철강사, 우주항공 기업들과 양해각서(MOU)를 잇달아 체결했습니다. MOU란 기업 간 협력 의향을 공식화하는 양해각서로, 수주 성사 시 현지 생산 및 고용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약속을 공식화하는 수단입니다. 정부 관계자들도 현지 세일즈에 직접 뛰어들었습니다. 이건 단순히 배 한 척 파는 것이 아니라, 캐나다 산업 생태계의 일부가 되겠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스페인 K9 자주포: 서유럽 진입의 진짜 의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스페인 계약 소식은 캐나다 사업보다 규모는 작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더 의미심장하게 읽은 뉴스입니다. 약 2조 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인데, 핵심은 이게 단순 완제품 수출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번 계약의 구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스페인 방산 기업 인드라(Indra)에 K9 자주포 차체와 구성품을 공급하고, 인드라가 현지에서 조립하는 방식입니다. 현지 조립 방식이란 부품은 수출하되 완성은 현지에서 진행하는 구조로, 수입국의 자국 산업 보호 요구를 충족하면서도 수출 실적을 인정받는 협력 모델입니다. 제가 직접 유럽 방산 시장의 특성을 공부하면서 느낀 건데, 서유럽 국가들은 완제품 수입보다 이런 산업 협력 구조를 훨씬 선호합니다.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요.
K9 자주포는 이미 2001년 첫 수출 이후 현재까지 10개국에 공급된 입증된 무기 체계입니다. 수출액만 123억 달러, 약 18조 원에 육박합니다(출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그런데도 서유럽 진출은 별개의 도전입니다. 폴란드, 중동, 동남아 시장과 달리 서유럽은 자국 방산 산업 보호 의식이 훨씬 강하고, 기술 신뢰도에 대한 기준도 높습니다. 스페인 계약이 성사된다면 K9은 총 11개국 진출이라는 기록을 쓰게 되는데, 그 중 서유럽 국가가 포함된다는 건 시장의 질이 바뀐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K9 스페인 수출과 관련해 제가 비판적으로 보는 지점도 있습니다. 현지 생산 방식은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기술 이전과 설비 투자가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유럽의 현지 생산 파트너십은 초기 계약보다 후속 유지보수와 추가 발주에서 진짜 수익이 나는 구조입니다. 한화가 이걸 장기전으로 본다면 올바른 전략이지만, 단기 실적에 집중하는 시선으로 보면 분명 양날의 검입니다.
이번 두 사업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방향성은 명확합니다. K-방산 수출 전략의 핵심 변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완제품 판매에서 현지 산업 협력 구조로 전환
- 기업 단독 영업에서 정부-기업 연합 세일즈로 확장
- 기존 수출 시장(폴란드, 중동, 동남아)에서 NATO 회원국 및 서유럽으로 진입
- 무기 공급자에서 현지 방산 생태계 파트너로 포지셔닝 변화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국 방산 수출액은 약 140억 달러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습니다(출처: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이 숫자를 놓고 보면, 지금 한화가 추진하는 캐나다·스페인 수주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에 해당합니다.
이번 두 계약이 모두 성사된다고 해서 게임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주목하는 건 그다음입니다. 캐나다 수주에 성공하면 필리핀 잠수함 사업 입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고, 스페인 계약이 마무리되면 K9 자주포의 미국 시장 진출 협상에도 긍정적인 레퍼런스가 됩니다. 다음 달 발표될 두 결과가 단순한 계약 성사 여부를 넘어, 한국 방산이 글로벌 표준 무대에서 어디까지 올라설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입니다. 저는 이 흐름을 조용히, 그러나 꽤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