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유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기름값은 항상 오를 때는 총알처럼 빠르고 내릴 때는 달팽이처럼 느립니다. 이번에 중동 사태가 터지자마자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원 가까이 뛰더군요.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임시 국무회의에서 주유소들의 가격 인상을 '바가지'로 규정하고 최고가격제 도입까지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장 경제에서는 정부가 가격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번처럼 급격한 가격 폭등은 분명 비정상적입니다.
최고가격제란 무엇이고 왜 지금 거론되나
최고가격제는 정부가 특정 상품의 판매 가격에 상한선을 정하는 강력한 가격 통제 수단입니다. 석유사업법 23조에 근거하며,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됩니다. 쉽게 말해 주유소가 정부가 정한 최고 가격을 넘어서 판매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제도입니다.
저는 사실 이 제도가 석유에 적용된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50년간 석유 제품에는 시행되지 않았고, 석탄이나 연탄에만 예외적으로 적용됐다고 합니다(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이 대통령은 이번 상황을 "예외적"이라고 보고 지역별·유류별로 현실적인 최고가격을 신속히 지정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중동 사태 직전인 지난달 27일 리터당 1754원에서 5일 기준 1889원으로 6일 만에 7.7% 올랐습니다. 경유는 같은 기간 1667원에서 1895원으로 13.7%나 급등했습니다(출처: 한국석유공사). 제가 자주 가는 주유소도 하루 사이에 60원이 올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제 원유 공급에 차질이 없는데도 주유소들이 가격을 과도하게 올린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제 원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대에 머물고 있지만, 국내 주유소들은 향후 도매가 인상을 예상해 미리 판매가를 올렸다는 설명입니다.
주유소들은 왜 이렇게 빠르게 가격을 올렸나
주유소 측 입장도 들어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정유사들이 다음주부터 공급 가격을 크게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재 재고를 채워넣을 때 이미 높아진 도매가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도매가란 정유사가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할 때 적용하는 가격을 의미합니다.
서울 자곡동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다음주 공급 가격을 크게 올릴 수 있다는 얘기가 있어 인근 주유소들이 가격을 조금씩 나눠 반영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유사들은 싱가포르 석유제품 시세에 환율을 곱하고 일정 마진을 붙여 휘발유 공급 가격을 정합니다. 보통 1주일 이후 예상 공급가를 대리점에 미리 통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런 설명이 항상 설득력 있는 건 아닙니다. 저는 지난 몇 년간 차를 운전하면서 기름값이 내릴 때는 절대 이렇게 빠르게 내리지 않는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가격 비대칭 현상(rocket & feather effect)이라고 하는데, 오를 때는 로켓처럼 빠르고 내릴 때는 깃털처럼 느린 현상입니다. 쉽게 말해 국제 유가가 오르면 즉각 반영되지만, 내릴 때는 한참 지나서야 천천히 내린다는 뜻입니다.
정유업계는 "중동 사태 직후 소매 수요가 폭증해 주유소의 유류 재고 소진 속도가 빠르다"며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제가 아는 지인도 전쟁 뉴스가 나오자마자 주유소로 달려가 기름을 가득 채웠다고 하더군요. 이런 심리적 요인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 건 사실입니다.
정부의 단속과 시장 개입, 효과가 있을까
정부는 6일부터 산업통상부 시장점검단을 가동해 주유소 매점매석 행위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습니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기름을 제공하는 도매가를 실시간 공개해 자발적 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바가지요금'에 대한 행정처분 근거도 신속히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대통령은 "어려운 시장 환경을 악용해 매점매석이나 폭리를 취하려는 시도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주유소가 공급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하는 행위를 '바가지'로 규정하고, 영업 정지나 담합 조사 같은 기존 제재를 넘어 과태료·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솔직히 이런 조치가 반갑습니다. 얼마 전 정부가 설탕과 밀가루 가격 담합을 조사해서 가격을 5~10%까지 내렸다고 하는데, 사실 제가 장을 볼 때 크게 체감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유소 담합 조사는 다릅니다. 기름값은 제 생활비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실생활에 직접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도 나옵니다. 단국대 경제학과 조홍종 교수는 "가격을 억지로 누르면 결국 비용이 미래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며 "생계에 직격탄을 맞는 저소득 계층 등에 세제와 정책자금으로 핀셋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가격 통제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담합 증거가 명확한가: 가격 인상 시점과 폭의 동조 현상이 우연인지, 실제 합의가 있었는지가 관건입니다
- 원가 구조 반영 여부: 국제유가, 환율, 정제마진, 유류세 등 복합 변수를 고려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 공급 위축 가능성: 지나친 가격 압박이 주유소와 정유사의 마진 악화로 이어져 설비 투자를 막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담합이 있다면 당연히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명확한 증거 없이 시장 가격을 무리하게 억누르면 장기적으로 오히려 공급망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번 정부의 조치가 단순히 일시적 가격 억제를 넘어 주유소들의 가격 담합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기름값은 저 같은 서민들에게는 체감 물가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원유와 가스, 나프타 수입처를 다각화하고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적절히 집행한다면, 향후 비슷한 상황에서도 급격한 가격 변동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최고가격제 같은 강력한 조치는 예외적 상황에서만 신중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