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콘서트 하나가 지역 경제를 이 정도로 뒤흔들 수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BTS 고양 공연이 열린 날, 현장 분위기를 전하는 소식들을 접하면서 제가 가진 상식이 꽤 많이 흔들렸습니다. 편의점 점주가 "매출이 상상 불가"라고 했을 때, 처음엔 과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들여다볼수록, 이건 과장이 아니라 구조적인 이야기였습니다.
공연장 주변 상권, 왜 이렇게까지 몰리는 걸까
고양종합운동장 일대에서 3회에 걸쳐 열린 이번 BTS 공연에는 총 12만 명의 관람객이 몰릴 것으로 고양시가 예측했습니다. 12만 명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그 사람들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소비하는지가 더 중요한 지점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현장 분위기를 들여다봤을 때 가장 눈에 띈 건 외국인 관광객의 비중이었습니다. 대형 캐리어를 끌고 온 팬들이 오전부터 공연장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그대로 근처 카페와 음식점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반복됐습니다. 대낮부터 고깃집이 외국인으로 가득 찼고, 실내 포장마차도 빈자리가 없었습니다. 이건 제가 예상한 수준을 훌쩍 넘는 장면이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관광 승수 효과(Tourism Multiplier Effect)라고 부릅니다. 관광 승수 효과란 외부에서 유입된 소비가 지역 내 여러 업종에 연쇄적으로 파급되며 초기 소비 금액보다 훨씬 큰 경제적 효과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외국인 팬 한 명이 숙소, 식사, 굿즈, 교통, 쇼핑에 지출하는 금액이 지역 경제 전체를 돌리는 방식입니다.
또 하나 눈길을 끈 건 날씨 변수였습니다. 공연 당일 비가 쏟아졌음에도 방문객 수는 크게 줄지 않았고, 오히려 우산과 우비 수요가 급증하면서 편의점 매출이 올라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공연이라는 강력한 목적 소비가 존재할 때 외부 변수가 소비를 막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소비를 만들어낸다는 점, 제가 이번에 처음 실감한 부분입니다.
이번 공연처럼 특정 이벤트가 유발하는 소비 집중 현상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공연 전후 체류 시간이 길수록 식음료·쇼핑 소비가 복합적으로 발생
- 외국인 관광객은 가격 민감도가 낮고 경험 중심 소비 성향이 강함
- 날씨처럼 부정적 외부 변수도 특정 품목(우비, 우산 등)의 추가 수요로 전환됨
상권 집중 현상, 어디선가는 소외되고 있다

제가 이번 사례에서 가장 불편하게 바라본 부분이 바로 여기입니다. 공연장 인근 대화역 주변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고양시 번화가 중 하나인 라페스타 인근 상인들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을 거의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고양시 안에서도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건 단순히 운이 나빴던 게 아닙니다. 소비가 특정 반경 내에 집중되는 상권 집중(Trade Area Concentration) 현상의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상권 집중이란 소비자가 이동 거리와 동선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소비를 결정하는 경향 때문에 특정 핵심 구역에 지출이 몰리고 주변부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반면 공연장과 거리가 있는 백화점들은 상황을 다르게 풀었습니다. 롯데백화점 일산점은 K팝 굿즈 팝업스토어 'K-WAVE SHARP'를 열었고, 현대백화점 킨텍스점은 'Learn Korean with BTS'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외국인 고객을 직접 끌어들이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팝업스토어(Pop-up Store)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임시 매장으로, 특정 이벤트나 시즌에 맞춰 단기간에 강한 집객 효과를 노리는 마케팅 방식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격차는 사전 준비의 차이에서 결정됩니다. 대목이 올 것을 미리 알고 이벤트를 기획한 곳과 그냥 기다린 곳의 결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콘서트 날 우비를 매장 입구에 배치하고 외부에 임시 카운터를 설치한 편의점과, 평소와 똑같이 운영한 점포 사이의 매출 차이는 단순한 운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류 콘텐츠와 연계된 방한 관광객의 1인당 지출액은 일반 관광객보다 평균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 수치가 말해주는 건 결국 한류 팬의 소비력을 어떻게 설계해서 끌어들이느냐가 관건이라는 점입니다.
한류 소비가 내수 확대로 이어지려면

솔직히 이 부분은 이번에 가장 많이 생각한 지점이었습니다. 현재 한국 경제는 내수 부진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과 실질 구매력 감소가 겹치면서 국내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소비는 사실상 수출과 동일한 경제 효과를 냅니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돈을 쓰는 것은 우리 제품을 해외에 파는 것과 경제적으로 같은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인바운드 관광 수입(Inbound Tourism Revenue)이라고 합니다. 인바운드 관광 수입이란 외국인이 자국 통화를 국내에서 지출함으로써 발생하는 외화 수입으로, 경상수지 개선에 직접 기여하는 항목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관광수지는 내수 소비와 함께 경상수지의 주요 구성 항목으로 분류되며, 외국인 관광객 지출 증가는 서비스 수출 확대와 같은 의미를 갖습니다(출처: 한국은행). BTS 콘서트 한 번이 이렇게 단순하게 분석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 셈입니다.
다만 제가 우려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번처럼 특정 아티스트의 공연에 소비가 집중되는 구조는 지속성 측면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연이 끝나면 소비도 끝납니다. 이 단기 수요를 어떻게 지속 가능한 소비 흐름으로 전환하느냐가 진짜 숙제입니다. 현대백화점의 'Learn Korean with BTS' 팝업처럼 단순 굿즈 판매를 넘어 교육·체험형 콘텐츠와 결합하는 시도는 그 방향성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공연 하나의 경제효과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으려면, 지역 상권이 한류 콘텐츠와 결합하는 방식을 스스로 고민해야 합니다. 이번 BTS 공연이 보여준 건 그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고, 동시에 준비하지 않은 상권은 바로 옆에 있어도 소외될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이었습니다. 공연장 근처 편의점 점주의 "상상 불가"라는 말이, 모든 상권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점을 저는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