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약 '외국인 노동자가 늘수록 지역 경제는 더 침체된다'는 역설이 사실이라면 어떨까요? 지금까지 우리는 외국인 인력 확대가 산업 경쟁력을 높인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HD현대그룹이 이 공식을 뒤집는 파격 선언을 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최소화하고 내국인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인데요. 조선업 슈퍼사이클 속에서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요? 그리고 울산과 거제의 텅 빈 상가들은 정말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까요?
지역경제 회복, 외국인 고용 축소가 답일까
혹시 조선업 호황 속에서도 지역 상권이 무너지는 현상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울산의 상가 공실률은 20.7%, 거제는 무려 35.5%에 달합니다. 전국 평균 10.4%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조선사들의 수주 잔고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데 왜 지역 경제는 죽어가는 걸까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의 외국인 근로자는 협력사 포함 약 1만1300명으로, 전체 직원 4만7000명의 19.8%를 차지합니다. 이는 국내 단일 사업장 중 최대 규모입니다. 조선업계 전체로 보면 2021년 4640명이던 외국인 근로자가 2024년 말 2만200명으로 4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핵심은 소득의 흐름입니다. 내국인 근로자는 지역에서 소비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는 소득 대부분을 본국으로 송금합니다. 20년 전 조선업 호황기에는 현장 인력 전부가 내국인이었고, 이들이 지역 식당과 마트에서 돈을 썼습니다. 지금은 그 자리를 외국인이 채우면서 지역 소비 승수 효과가 사라진 것이죠.
전문가들은 내국인 채용 확대가 지역 경제에 즉각적인 온기를 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조선업의 평균 임금은 타 산업 대비 높은 편이라 소비 파급력이 큽니다. 청년 채용이 늘면 전·월세 수요가 증가하고, 자연스럽게 상권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HD현대그룹은 올해부터 외국인 노동자와의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즉시 그 자리를 내국인으로 우선 대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우려도 있습니다. 중국과의 인건비 격차가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의 절반 수준인 1만 명 정도라도 내국인으로 대체되면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별도 인센티브가 없으면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세제 혜택이나 정부 보조금 같은 지원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경쟁력 유지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필자가 종사하는 의류 사업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외국인 인력을 쓰면 인건비가 절감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주거 지원 비용이 추가로 발생합니다. 코로나 시기에는 외국인 인력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생산 차질을 겪기도 했습니다. 막연히 외국인 인건비가 싸다는 건 탁상공론일 수 있습니다.
청년일자리 확대, 현실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조선업이 청년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비판이 왜 나왔을까요? 외국인 비율이 높아지면서 내국인 몫이던 정규직 자리까지 외국인이 채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2021년 5% 안팎이던 외국인 근로자 비율은 최근 20%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습니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통령은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의 고용 기회를 빼앗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발언했습니다. 이후 HD현대그룹이 방향을 전환했고,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외국인 고용 규모를 줄이는 쪽으로 채용 계획을 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청년들은 정말 조선업 현장으로 올까요? 솔직히 말하면 쉽지 않습니다. 숙련공이 아닌 일반 현장직의 처우는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수준입니다. 업무 강도는 세고 야외 작업도 많습니다. 그래서 내국인을 뽑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던 것이죠. 정부가 조선업 관련 전문인력(E-7) 비자를 늘려준 이유도 바로 이 구인난 때문이었습니다.
내국인 채용을 늘리려면 단순히 임금만 올린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용접, 배관 같은 숙련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직업훈련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지역 폴리텍과 기업이 연계된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기숙형 인력 양성 과정을 확대해야 합니다. 또 단순 반복 작업은 로봇으로 대체하고, 고난도 기술 분야에 청년을 집중 배치하는 전략도 필요합니다.
필자의 경우 의류업계에서 고령화 문제를 직접 겪고 있습니다. 현재 종사 인력이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데, 청년 유입이 거의 없습니다. 우리 세대가 지나고 나면 산업 자체의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청년들을 쓰고 싶어도 이런 일을 원하는 청년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외국인을 쓰는 것이 현실입니다.
내국인 고용 확대는 기술 전수 면에서도 긍정적입니다. 용접 같은 고난도 기술을 내국인 숙련공에게 체계적으로 전수할 수 있게 되면, 품질과 납기 안정성이 높아집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장기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합니다.
조선업 경쟁력, 자동화와 인센티브가 관건
과연 인건비가 오르는데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답은 생산성 향상에 있습니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미 선박 외관과 뼈대를 만드는 선각 공장, 용접 공장에 로봇 도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스마트야드 개념을 도입해 공정 전반을 자동화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임금 인상만으로는 청년을 끌어들이기 어려운 단순 반복 작업을 중심으로 로봇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내국인 채용 확대와 자동화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은 고부가가치 숙련 공정에 집중하고, 단순 작업은 로봇이 맡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죠.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도 필수적입니다. 전문가들은 내국인 채용 비율에 따른 세액 공제 확대, 직업훈련 프로그램 지원, 스마트야드 투자에 대한 보조금 등을 제안합니다. HD현대그룹의 전환이 성공하려면 이런 정책 패키지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 구분 | 내용 | 기대 효과 |
|---|---|---|
| 지역경제 활성화 | 내국인 소비 증가로 상권 회복 | 울산·거제 공실률 개선 |
| 기술 전수 | 숙련공 양성으로 품질 향상 | 국제 경쟁력 강화 |
| 고용 안정성 | 내국인 중심 인력 구조 | 대외 변수 리스크 감소 |
| 자동화 투자 | 로봇·스마트야드 확대 | 노동생산성 향상 |
서울 집중 완화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습니다. 고임금 제조 일자리가 비수도권에 늘어나면 청년 인구 이동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수도권 집중의 근본 원인은 교육, 의료, 문화, 본사 기능이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업 일자리만으로 구조적 분산을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주 여건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공공임대 확대, 문화시설 투자, 의료 인프라 확충 같은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HD현대그룹의 결정이 다른 산업으로도 확산되면, 비수도권 제조업 전반에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HD현대그룹의 결정은 단순히 한 기업의 인사 정책 변화가 아닙니다. 지역 경제 회복, 청년 일자리 확대,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실험입니다. 성공하려면 생산성 향상, 정부 인센티브, 정주 인프라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외국인 고용 축소가 만능 해법은 아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필자의 한 마디
현장에서 직접 겪어보니 외국인 인력 의존은 단기 해법일 뿐, 고용 안정성과 기술 전승 측면에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HD현대의 결정이 조선업을 넘어 제조업 전반에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내길 기대합니다. 다만 청년들이 실제로 현장에 올 수 있도록 처우 개선과 자동화 투자가 꼭 함께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HD현대그룹의 외국인 고용 축소 계획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요?
A. 올해부터 외국인 노동자와의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 그 자리를 내국인으로 우선 대체합니다. 다만 협력사는 인력난과 경영 사정을 고려해 자율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Q. 내국인 채용 확대로 인건비가 오르면 조선업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나요?
A. 전문가들은 인건비 상승분을 자동화 투자와 생산성 향상으로 상쇄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로봇 도입, 스마트야드 구축 등으로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정부의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를 활용하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Q. 조선업 호황인데 울산과 거제 상권이 침체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외국인 근로자가 소득 대부분을 본국으로 송금하기 때문입니다. 내국인은 지역에서 소비하지만 외국인은 그렇지 않아, 조선업 수주가 늘어도 지역 경제에 온기가 전달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Q. 청년들이 조선업 현장 일자리를 실제로 선호할까요?
A.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업무 강도가 세고 야외 작업이 많아 기피 현상이 있습니다. 따라서 임금 인상뿐 아니라 체계적인 직업훈련, 숙련 기술 습득 기회, 작업 환경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청년 유입이 가능합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2192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