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OCI라고 하면 저는 오랫동안 태양광 폴리실리콘 기업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반도체 소재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소재를 직납하는 기업으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6년 들어 주가 흐름을 지켜보면서 "이 회사, 지금 뭔가 달라졌구나"라는 느낌이 들었고, 그때부터 제대로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과산화수소와 인산 증설, 숫자가 말해주는 것

제가 OCI 관련 자료를 처음 정리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과산화수소 가동률 수치였습니다. 현재 70%대에서 올해 하반기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인데, 처음엔 그냥 생산량 늘리겠다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이게 단순한 증산 계획이 아니었습니다.
가동률(Utilization Rate)이란 설비가 최대한 가동 가능한 수준 대비 실제로 얼마나 가동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입니다. 쉽게 말해, 공장이 100% 돌아갈 수 있는데 70%만 돌리고 있다면 그 이유는 수요가 없어서이거나 고객사 물량이 확정되지 않아서입니다. 반대로 가동률을 90%까지 올리겠다는 건 이미 그만한 수요가 뒷받침되어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재고만 쌓이는 구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맥락에서 저는 이 발표를 꽤 긍정적인 선행 지표로 읽었습니다.
과산화수소는 나프타와 천연가스의 화학 반응으로 만들어지며,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식각·세정 용도로 사용됩니다. 여기서 식각(Etching)이란 반도체 웨이퍼 위에 회로 패턴을 새길 때 불필요한 부분을 화학적으로 제거하는 공정을 의미합니다.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이때 사용되는 소재의 순도 요건이 극도로 엄격해지기 때문에, 아무 기업이나 납품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닙니다.
인산 쪽도 비슷합니다. OCI는 올해 3분기 5,000톤 규모의 인산 생산라인 증설을 마무리해 연간 생산능력을 3만 톤으로 늘릴 예정입니다. 인산(Phosphoric Acid)은 반도체 미세 가공 공정에서 질화막(Silicon Nitride)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데 쓰이는 고순도 화학물질입니다. 여기서 질화막이란 반도체 회로를 보호하거나 절연하기 위해 웨이퍼 표면에 증착하는 얇은 막으로, 이것을 정밀하게 제거하는 데 고순도 인산이 필요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OCI 인산을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증설은 기존 고객의 수요 확대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OCI의 2025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1,671억 원으로, 전년 4억 원 대비 40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1분기 실적도 27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습니다. 다만 제가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부터 한 가지 점은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기저효과(Base Effect) 문제입니다. 기저효과란 비교 시점의 수치가 워낙 낮았을 때 현재 수치가 과도하게 크게 보이는 현상입니다. 전년도 영업이익이 4억 원이었으니 조금만 회복해도 수백 배 성장처럼 보이는 건 당연합니다. 숫자 자체보다 이익의 질과 지속 가능성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슈퍼사이클이라는 말,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솔직히 좀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표현이 업계 안팎에서 자주 들리는데, 이를 소재 기업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슈퍼사이클(Supercycle)이란 특정 산업의 수요가 장기간에 걸쳐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단기 수요 급등이 아니라 기술 패러다임 전환에 의해 수요의 천장 자체가 올라가는 상황을 말합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는 소재 수요 증가로도 연결됩니다. SK하이닉스가 2026년 1분기 창사 이래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는 점도 이 흐름을 뒷받침합니다(출처: SK하이닉스 투자정보).
하지만 제 경험상 이런 국면에서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이 퍼질 때 오히려 위험 신호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 반도체 수요는 AI 서버용에 크게 편중되어 있고, PC나 스마트폰 등 전통 수요는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산업 전체가 동시에 호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AI 투자 사이클이 구조적으로 지속되는 것인가, 아니면 일시적인 과잉 투자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시장에서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OCI가 이번에 함께 추진하는 전도성 카본블랙(Conductive Carbon Black) 증설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전도성 카본블랙이란 전기가 잘 통하도록 만든 특수 카본 소재로, AI 인프라 확장에 따라 초고압 전력망에 사용되는 전선의 핵심 소재로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3만 톤 증설을 완료한다는 계획인데, 이 역시 AI 투자 확대라는 동일한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또한 OCI홀딩스가 일본 도쿠야마와 설립한 합작법인 OTSM을 통해 2029년부터 연간 8,000톤 규모의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할 예정이라는 점도 중장기 전략 측면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Semiconductor-grade Polysilicon)이란 일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보다 순도가 훨씬 높은 소재로, 반도체 웨이퍼의 원재료가 되는 실리콘 잉곳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현재 군산 공장에서 연간 4,700톤을 생산 중이며, 이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가 장기 성장의 또 다른 축이 될 수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OCI를 판단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고객사 다변화: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심에서 글로벌 파운드리(TSMC 등)로 납품처가 확대되는지 여부
- 제품 믹스 개선: 전체 매출에서 반도체용 고순도 소재 비중이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는지
- AI 투자 지속성: 현재 수요를 이끄는 AI 인프라 투자가 둔화될 경우 소재 주문량이 얼마나 빠르게 영향받는지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들의 2026년 상반기 실적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흐름이 구조적인 것인지 주기적인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출처: 헤럴드경제).
OCI의 방향성 자체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가동률 상향과 증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고, 이미 확보된 고객사 기반도 탄탄합니다. 다만 저는 이 기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분들께 한 가지만 당부하고 싶습니다. 400배 영업이익 성장이라는 숫자에 압도되기보다, 이 이익이 앞으로도 반복 가능한 구조인지를 먼저 따져보시길 권합니다. 기저효과가 걷히고 나서도 이익이 쌓이는 구조인지가 진짜 판단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